"'재활용쓰레기'란 말 쓰지말자" 소송…법원 "합리적 의견"

지난 7월 대구 동구 불로동 동구자원재활용센터에서 열린 녹색동구 조성을 위한 동구 자원순환 체험교실을 찾은 주민들이 재활용 선별장 내부로 들어가 각 가정에서 배출한 재활용품의 처리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한 시민이 "재활용쓰레기라는 단어를 쓰지 말라"며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합리적인 제안"이라면서도 소송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시민 A씨가 "재활용품 수거용기에 '재활용쓰레기'라는 낱말을 사용하지 말라"며 서울시로 상대로 제기한 부적절 용어 사용 금지 소송을 각하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서울시 도로변에 설치된 재활용품 수거용기에 붙어있던 낱말이 '재활용품'에서 '재활용쓰레기'로 바뀐 것을 보고 원래대로 돌려놓으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A씨는 △재활용쓰레기는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없는 말이고 △'쓰레기'는 '못 쓰게 돼 내다버린 물건'이라는 뜻으로 '재활용'과 같이 쓰일 수 없으며 △사람들이 '쓰레기'라는 낱말을 보고 수거용기에 일반쓰레기를 버리기도 한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서울시는 "재활용품과 재활용쓰레기 모두 폐품의 의미를 갖고 있어 실생활에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회신을 보냈다. A씨는 재검토를 요구했음에도 같은 답변이 돌아오자 직접 소송을 제기했다.

일단 재판부는 A씨가 제기한 소송은 의무이행소송에 해당하므로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없다고 보고 각하했다. 의무이행소송이란 행정기관에 어떤 행위를 해달라고 신청했음에도 행정기관이 거부하거나 대응하지 않는 경우 법원이 명령해달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뜻한다. 우리 행정소송법상으로 의무이행소송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소송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다만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A씨 의견이 경청할 만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재판부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재활용품'은 '용도를 바꾸거나 가공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폐품, 또는 그 폐품을 사용해 만든 물품'을 뜻하는 바 '재활용품'과 '쓰레기'는 의미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재활용품 수거용기에 일반적으로 악취, 오물을 떠올리게 하는 '쓰레기'라는 낱말을 표기하게 되면 그로 인해 사람들이 일반쓰레기통으로 오인해 일반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재활용품 수거용기에 재활용품을 버리는 경우에도 오염된 상태 그대로 버려도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심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일어난 재활용품 대란은 중국이 재활용품 수입을 중단하면서 재활용품 수거업체가 비닐 수거를 거부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그러나 오염된 비닐 등의 배출로 인해 재활용 처리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도 재활용품 수거업체가 비닐 수거를 거부한 주요 원인이었다"라며 "A씨의 제안은 합리적이고 타당성이 있어 보이는 바 충분히 경청할 만한 의견임을 밝혀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