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난다고 차 없애나…공매도 폐지보다 사후처벌 강화"

"개인투자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만하다."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매도 제도, 이대로 괜찮은가?'란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해 "기관투자자별 운용자산의 규모나 거래실적, 과거 위반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월별, 주별, 일별 단위로 공매도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매도란 주가 하락을 예상해 다른 사람이 보유한 주식을 빌린 뒤 매도하는 걸 말한다. 나중에 예상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시장에서 싼 값에 주식을 매수해 주식을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남긴다. 이처럼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파는 차입공매도만 허용된다. 빌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무차입공매도는 불법이다.

김 교수는 "차입공매도는 대다수 나라가 허용하고 있어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건 국제적 정합성에 맞지 않는다" 판단했다. 그는 "다만 개인의 직접투자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개인이 기관투자자에 비해 공매도 접근성이 떨어져 불공정한 부분이 존재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관투자자의 과도한 공매도 물량을 방지하려면 주문 한도를 설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사모펀드 전문 자산운용사인 타임폴리오 황성환 대표는 "외국인이 80% 이상 차지하는 공매도 시장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개인의 공매도 참여 기회를 좀 더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무차입공매도 여부를 사전에 걸러낼 수 없어 사후 적발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많았다.

엄준호 모건스탠리증권 서울지점 상무는 "공매도 자체를 폐지하자는 건 교통사고 난다고 차 없애자는 것과 같다"며 "불법적 공매도 적발시 과태료를 현행 5000만원 수준에서 더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도 "2000년 월가의 공매도 전문가들은 엔론의 회계장부가 투명하지 않다고 보고 공매도했고 결국 내부 고발로 분식회계를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며 "공매도는 가격 거품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어 공매도 제도보다 이걸 악용하는 불공정거래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개인투자자는 최근 골드만삭스의 무차입공매도 적발 등 불법적인 공매도가 끊이질 않고 있어 제도 폐지 또는 주가 급락시 한시적 중단과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장영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매도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 자문위원은 "시장가격 아래로 공매도 호가를 낼 수 없도록 한 '업틱룰'의 경우 주식 현·선물간 프로그램 매매, ETF(상장지수펀드) 차익거래 매매 등 기관투자자의 8가지 매매 유형에 대해 예외로 둔다"며 "제도를 만들고 예외 규정을 두니 효과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위원은 "공매도 공시제도의 경우도 한국거래소에서는 단순 거래 창구인 증권사만 공개하고 있어 공매도 주문을 내는 실제 투자자를 알 수 없다"며 "공매도 주체를 공개하고 불법 공매도시 과징금을 넘어 영업정지나 등록취소 등으로 처벌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