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도 안끝난 대우조선 집단소송, 삼성바이오도 장기전 불가피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민사소송 준비에 착수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인정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예고한 만큼 투자자들의 손배소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270여명의 개인투자자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로 손해를 입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정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준비 중이다. 소액주주 8만175명이 약 5조원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소송 참여 인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삼성바이오 투자자들이 손배소를 제기할 경우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7~8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2015년 대우조선해양 소액주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분식회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지만 3년이 지난 현재에도 1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약 전문 변호사는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이 시작되려면 최소한 정부와 삼성바이오간 행정소송 1심 판결까지는 나와야 한다"며 "일반적인 행정소송 1심 결과는 6개월 정도면 나오지만 분식회계 논란은 복잡해서 적어도 1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1심 결과 이후 손배소를 진행하더라도 재판부가 '정부-삼성바이오 행정소송의 항소심까지 지켜보자'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했다.

증권집단소송의 경우 집단소송허가신청이라는 절차도 밟아야 한다. 증권집단소송은 증권거래 과정에서 50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대표가 소송을 수행하면 나머지 피해자들은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승소시 배상을 함께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 제도는 소송 남발 우려가 있어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돼 있다.

또 다른 법무법인 변호사는 "증권집단소송은 법원의 집단소송허가신청 허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대법원 판결까지는 보통 3~4년이 걸린다"며 "정부-삼성바이오 행정소송, 집단소송허가신청 등의 절차 등을 감안하면 투자자 손배소 결과는 빨라도 7~8년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기간을 단축하려면 개인으로 손배소를 제기하면 된다"면서도 "아무래도 개인의 손배소는 집단소송에 비해 파급력이 약하다"고 덧붙였다.

제약 전문 변호사는 "투자자들의 손배소는 주주들에게 입증책임이 있는데 분식회계의 경우는 쉽지 않다"며 "회계감정을 통해 투자자 개인 손해액을 정할 때 고려해야할 변수가 너무 많다. 어떤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손해액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