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어 EU까지 '대이란제재' 검토…"상당한 변화"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이란 시민들이 지난 4일 수도 테헤란에서 미국의 대이란제재 복원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섰다. /AFPBBNews=뉴스1

유럽연합(EU)이 대이란 제재 검토에 나선다. EU는 그동안 미국의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결정을 비판하며 이란 제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EU 회원국 외교장관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외교이사회 회의에서 대이란 제재를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덴마크·프랑스에서 적발된 테러모의·미수사건의 배후에 이란 정보당국이 있다는 것이 최근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프랑스 당국은 지난 6월 발생한 이란 출신 망명자를 겨냥한 폭탄테러 미수사건의 배후로 이란 정보당국을 지목했다. 프랑스는 이미 이란 정보부와 이란 국적자 2명에게 제재를 가한 상태다. 덴마크도 지난달 "이란 정보기관이 덴마크로 망명한 이란 반체제 인사들의 암살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용의자들을 체포했다. 이란 정부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양국은 이와 관련해 EU 차원의 제재를 요구하고 있다.

EU의 한 외교당국자는 "외교이사회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 부과를 검토하기로 합의했으나 제재대상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EU 외교장관들이 대이란 제재를 검토하기로 한 것은 상당한 변화를 뜻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EU는 미국의 강경한 대이란 정책을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 탈퇴한 뒤에도 EU는 중동 정세 안정을 위해 핵협정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란핵협정은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 중단을 대가로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협정으로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독일 등 6개국이 가입했었다. EU는 미국이 지난 8월과 11월 2차례에 걸쳐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할 때도 이란과의 대화를 유지하며 미국을 비판해왔다.

다만 이번 제재 검토가 전면적인 제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U 외교장관들은 이날 미국의 제재를 피하면서도 이란과의 거래를 계속할 수 있는 특수목적법인(SPV) 설립을 논하기도 했다. 미국은 현재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기업·개인에게도 제재를 가하고 있는데, SPV를 통하면 단일 국가가 아닌 EU 차원으로 이란과의 거래를 계속해 미국의 단독국가 제재를 피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