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독·일 등 동맹국에 "中 화웨이 쓰지 마"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베이징 매장. /AFPBBNews=뉴스1

미국이 독일과 일본 등 동맹국들에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의 제품을 쓰지 말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 "미국이 동맹국에게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는 이례적인 설득 작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의 정부와 각국 통신업체에 화웨이 제품의 사이버보안 위험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은 특히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의 상용화를 앞두고 중국산 5G제품이 전 세계로 퍼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5G 기술이 구조적으로 보안 위협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통신 타워, 인터넷 네트워크 등 통신 기반시설에 필요한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은 화웨이가 자사 부품으로 만든 통신 타워를 이용해 미국 및 동맹국들의 기밀을 훔치거나 통신체계를 교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특히 중국이 미군의 기밀사항을 빼낼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미국은 2012년부터 화웨이를 '국가 안보위협'으로 분류하며 미국에서 화웨이 통신장비 제품 거래를 금지해왔다. 미국과 첩보정보를 공유하는 영미권 정보공동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속한 호주는 지난 8월 화웨이와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의 판매를 금지하기도 했다. 영국 역시 지난 10월 자국 통신장비 시장을 재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화웨이는 지난해 전 세계 통신장비 제품의 22%를 생산하며 전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경쟁사인 핀란드의 노키아는 13%, 스웨덴의 에릭슨은 11%에 그쳤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도 한국 삼성에 이어 세계 2위이다.

특히 5G 사업에서는 독보적이다. 네일 맥라에 영국전기통신유한회사(BT) 네트워크 디자인 수석은 "현재 전 세계에서 5G 장비를 제대로 공급하는 회사는 화웨이뿐"이라면서 "다른 기업들이 쫓아가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화웨이는 지난 21일 유럽·아시아·중동 등 각지에서 5G 상용 공급 계약 22건을 체결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WSJ는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업체들이 세계의 통신을 감시하거나, 불능화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이에 일부는 중국산 장비를 기피하는 국가들에게 통신기술 개발을 위해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