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자회사 투자 1.5조…글로벌·핀테크 역량 키운다

네이버가 라인, 스노우, 네이버웹툰 등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올해 단행한 투자 규모만 벌써 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일본 자회사 라인을 앞세워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인터넷은행 등 핀테크 신사업을 본격화하는 한편, 북미·유럽 등 선진시장에 대한 선제 투자를 통해 웹툰과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제2의 라인 신화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라인에 7517억 출자…핀테크 신사업 본격 확장=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1~11월 주요 계열사에 1조5350억원을 출자했다. 지난 3분기 전체 매출 (1조3977억원)을 뛰어넘는 액수다.


출자액의 절반이 일본 자회사 라인에 투입됐다. 네이버는 지난 9월 라인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7517억원을 출자했다. 핀테크를 비롯한 신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 수혈이다. 라인은 대만에 이어 일본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즈호파이낸셜그룹과 공동 출자해 내년 현지 인터넷은행 ‘라인뱅크’(가칭)를 설립키로 한 것. 라인뱅크는 2020년부터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위한 모바일 은행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앞서 라인은 지난달 대만에서도 2대 주주로 참여할 대만후방은행 등 현지 은행 및 통신사들과 대만 인터넷은행 인가 신청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라인의 금융 플랫폼 자회사인 라인파이낸셜에만 2차례 걸쳐 총 3869억원을 투자했다.

라인은 한·중·일 간편결제 협업체계 구축,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 모바일 투자·대출·보험 출시 등 핀테크 신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 대표 모바일메신저로 자리 잡은 라인 사용자들을 기반으로 다양한 금융 혁신 사업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노리는 네이버…계열사에 자금 수혈= 네이버의 계열사 투자는 대부분 해외 시장 공략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8월 유럽 거점인 네이버 프랑스에 2589억원을 출자했다. 네이버 프랑스는 이 자금을 활용해 다양한 투자처 모색과 신사업 추진에 나섰다.

앞서 네이버는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디지털경제 장관이 설립한 코렐리아캐피탈에 2억유로를 출자, 하이엔드 음향기기 제조 기업 ‘드비알레’, 인공지능(AI) 기반 음성 인식 플랫폼 ‘스닙스’, 리쿠르팅 플랫폼 ‘잡티저’, UX 데이터 분석 솔루션 애이비테이스티 등 기업에 투자했다.

네이버는 네이버웹툰과 스노우에도 각각 2100억원, 1300억원을 출자했다. 이미 글로벌 경쟁력이 검증된 웹툰과 비주얼 커뮤니케이셔 분야에 대대적 투자를 단행해 ‘제2의 라인’ 신화를 쓰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MAU(월간 실사용자 수) 5000만명을 돌파한 네이버웹툰은 국내 작품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현지 작가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스노우는 생방송 퀴즈 앱 ‘잼라이브’로 수익화에 나섰다. 자회사 하트잇과 어뮤즈를 중심으로 뷰티, 비디오 커머스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또 다른 자회사 플레이리스트는 자체 영상 제작 분야에 도전했다.

네이버는 올 초 음원을 중심으로 한 북미 콘텐츠 시장 공략을 위해 웨이브미디어에 535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AI를 비롯한 기술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일본에 네이버 제이허브를 설립하고 809억원을 출자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5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사업분야별로 진출할 나라를 고민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새로운 이용자를 확보하고 플랫폼 수요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