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데드라인' 산은-GM '법인분리' 협상 진전될까

지난 10월 19일 한국GM의 연구개발(R&D) 법인분리 의결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장면. 당시 부평 GM대우 공장 본관 사장실 앞에서 용역 직원들이 문을 막고 서 있다. /사진제공=뉴스1

한국GM R&D(연구개발) 법인 분리를 둘러싼 KDB산업은행(산은)과 GM측의 줄다리기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의 제동으로 법인분리가 잠정 중단되면서, 다급해진 GM본사가 비교적 전향적인 자세로 돌아섰다는 평가다. 산은 역시 연내 한국GM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 여부를 결론내야 하는 만큼 양측의 대화가 이전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12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한국GM과의 소송을 진행하는 동시에 10월 이후 실무협의회 등을 통해 대화를 지속했다"며 "최근 GM측의 요청으로 배리 엥글 GM본사 총괄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도 만나 수일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산은은 또 한국GM으로부터 사업계획서 등 자료를 제출받아 전문용역기관에서 검토중이며 "추가 자료를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산은이 법인분리 적절성을 판단할 근거 자료를 GM으로부터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던 것을 고려하면, 산은의 요구가 일부 관철된 셈이다.

한국GM의 산은과 GM의 협상 속도가 비교적 진전된 것은 법인분리가 법원에 의해 잠정 중단된 영향이 컸다. GM측은 10월 19일 법인분리 의결 주총 이전은 물론 주총 이후에도 산은의 자료제출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는 등 수개월째 '밀어붙이기' 방식의 법인분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서울고법은 산은이 한국GM을 상대로 낸 주주총회 '분할계획서 승인 건' 결의 집행중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후 다급해진 한국GM은 '법인분리 잠정 중단' 계획을 공시하고, 엥글 사장이 방한해 이동걸 산은 회장과 수차례 면담하는 등 법인분리 설득 작업에 나섰다.


산은 역시 급하긴 마찬가지다. 산은은 연내 한국GM에 3억7500만달러(약 4000억원)를 지급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앞서 산은과 GM은 한국GM의 경영정상화 합의안을 마련하면서, 산은이 7억5000만달러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산은은 절반인 3억7500만달러의 지급은 완료했으며, 나머지 절반은 집행하지 않았다.

소송전을 벌이는 와중에 자금지원을 결정하기는 어렵다. 앞서 이 회장도 국회에서 "원칙적으로는 (GM과) 계약에 따라 자금을 지원해야 하지만, 국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산은으로서는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금이 집행되지 않으면 GM에 '철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산은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경영정상화 합의의 기본 정신이었던 최소한 10년간의 한국GM 사업 유지가 물거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한 양측의 연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산은 역시 법인 분리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영에 법인분리가 이로울지 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입장인 만큼 협상 여지는 남아 있다. 산은 관계자는 "주주로서 산은의 권리 보호, 한국GM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보장책 마련이라는 원칙을 기반으로 국내 자동차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 관점에서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