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있는…알레르기 없는…세상에 없던 '밀' 만들다

국립식량과학원(밀연구팀)

'밀'은 농업의 기원과 더불어 재배되기 시작한 가장 오래된 식량작물로 세계 3대 주요작물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밀은 주식인 쌀 다음으로 소비량이 많은 제2의 주식이다.

높은 위상에도 불구하고 요즘 국산 밀의 신세는 처량하기만 하다. 1970년 당시 9만7000ha에 달했던 생산면적, 16%까지 유지된 자급률은 추억이 된지 오래다. 1984년 밀 수입 자유화 이후 정부가 국산밀 수매를 중단하면서 자급률은 0.5%대로 급감했다.


식량자급률 증진 정책에 힘입어 생산량은 2006년 6000톤에서 2015년 2만7000톤으로 증가했지만, 자급률은 여전히 1.2%에 불과하다. 국내 밀 소비량의 95%는 수입산 밀에 의존하고 있다. 밀 산업의 '반전(反戰)'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 침체된 국내 밀 산업 부흥을 예고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준비해 온 밀 신품종 개발이 성과를 내고 있고, 관련 연구를 전담할 조직까지 생겨났다.

13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립식량과학원 밀연구팀을 중심으로 건강과 관련된 기능성 신품종 개발과 국산밀 소비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박태일(55) 박사를 팀장으로 하는 밀연구팀은 지난 9월 관련 연구자 10명으로 출발했다. 산발적으로 진행돼 온 밀 연구 주체가 국가연구 과제차원에서 단일화 된 것으로 신품종과 재배기술 개발, 밀 품질 제고 및 가공방법 개선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입 밀에 비해 품종간 품질변이가 큰 국산 밀을 개량하고, 불규칙한 재배환경을 개선하는 게 연구 과제다. 수입 밀 보다 3.7배나 비싼 국산 밀 가격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산업계가 요구하는 공급 안정성을 어떤 방식으로 보장해 줄지도 이들이 풀어내야 할 숙제다.

박 팀장은 "국내 밀 소비량 95%를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품종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1970년 이후 개발된 국산밀 품종은 모두 35개 달한다. 빵용으로 '조경밀(1개 품종)', 과자용으로 '고소밀' 등 3개 품종, '백중밀'과 '금강밀' 등 국수용 28개 품종, 취반용으로 '백찰밀' 등 3개품종이 있다.

다행히 주변 상황은 희망적이다. 그동안 연구해 온 노력들이 색깔있는 유색밀'아리흑', 알레르기 없는 '오프리(O-free)' 등 기능성이 강화된 신품종 개발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프리' 품종의 경우, 유전자 변형(GMO)이 아닌 인공교배를 통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제거한 것으로 세계 첫 연구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 연구는 미국 농무성(USDA-ARS)과 협업한 것으로 연간 12조원 규모로 알려진 글로벌 글루텐프리 제품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어 산업화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검붉은색을 띄는 '아리흑' 품종은 색다르고 건강한 우리밀 개발을 위해 국민디자인단과 함께 개발했다. 건강 기능성분인 안토시아닌, 폴리페놀 성분이 일반 밀보다 높고 항산화 능력이 10배나 커 고부가가치 식재료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또 밀기울(밀의 껍질)은 식이섬유가 풍부해 암 예방과 비만 방지효과가 커 관련업계의 호응이 크다.

국립식량과학원 김두호 원장은 "오프리, 아리흑과 같은 신품종들이 개발돼 국내 밀 산업이 더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 기능성을 갖춘 다양한 우리 밀 품종과 제품 개발을 지원해 농가소득 제고는 물론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국립식량과학원(밀연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