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제로페이와 서울페이 다른 건가요?"

13일 현재 제로페이 홈페이지(왼쪽)과 서울페이 홈페이지(오른쪽) 캡처

"제로페이? 서울페이와 다른 건가요? 또 가입해야 하나요?"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식당 사장님은 "혹시 제로페이를 아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이 소상공인은 "얼마 전까지 서울페이를 가입하라고 광고하는 것은 봤다"며 "같은 게 맞냐"고 되물었다.

소상공인에게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정부가 준비한 제로페이가 이달 시범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현장에선 아직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성패에 대한 기대감이나 우려를 떠나 제로페이가 무엇인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개념조차 정리되지 않아서다.


QR코드 기반 결제가 생소한 점도 있지만 정부의 홍보가 일관되지 않았던 점도 한몫을 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일부 지자체장들은 5월 지방선거 이전부터 서울페이 등 간편결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 달 뒤인 6월 중앙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페이'라는 이름으로 전국 단위의 간편결제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혼선을 막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7월 각종 페이들을 '제로페이'라는 이름으로 통합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서울페이와 소상공인페이, 제로페이 등의 명칭은 혼재돼 사용됐다. 공동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정부·지자체 합동 태스크포스(TF)팀까지 꾸려졌지만 서울시는 서울시대로 '서울페이'를 홍보했고 중기부는 중기부대로 '소상공인페이, 제로페이'란 이름을 강조했다. 일각에선 정부와 지자체의 성과 다툼 때문에 이름이 쉽게 통일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로페이'라는 이름조차 순탄치 않았다. 중기부는 9월 제로페이 명칭을 대체할 새 이름을 공모했다. 더 좋은 이름을 찾겠다는 취지였지만 민간사업자가 제로페이에 대한 상표권을 이미 출원해놓은 점도 이유로 작용했다. 총상금 1700만원 규모의 공모전이었다. 하지만 그사이 제로페이 상표권 출원자와 상표 사용 문제를 해결했고 공모전은 아이디어만 받은 채 소리소문없이 종료됐다. 이때부터 시작된 '서울페이' 홈페이지는 12월 현재까지 여전히 가맹점 모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다양한 이름으로 시선을 분산시키는 사이 같은 QR코드 기반 간편결제시스템인 카카오페이는 홍보에 박차를 가하며 11월 기준 오프라인 가맹점 10만곳을 돌파했다. 같은기간 제로페이 가맹점은 2만곳을 넘지 않는다.

가맹점 모집이 끝나면 다음 할 일은 사용자(소비자) 유인이다. 제로페이는 별도 앱 설치 대신 페이코·네이버페이 등 기존 QR결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결제한다. 하지만 제로페이 홈페이지에는 '스마트폰 앱 실행'이란 말 외에 구체적인 설명이 적혀있지 않다. 지금이라도 실사용자 입장에서 서비스를 홍보해야 한다. '공공이 하는 게 다 그런거 아니겠냐'는 오명을 벗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