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해외건설 수주 '기대해 vs 불안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5일 오후(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우리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지하철 공사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청와대 페이스북)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액이 3년 만에 300억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새해 수주실적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중동시장의 부진을 딛고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낙관론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업체의 도전으로 고전이 예상된다는 비관론이 동시에 제기된다.
　
2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액은 전년 대비 10.7% 증가한 321억달러로 집계됐다. 2015년(461억달러) 이후 3년 만에 300억달러를 돌파했지만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10년(716억달러)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으로 뚜렷한 회복세는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중동시장 수주액이 92억달러로 2006년(95억달러) 이후 12년 만에 가장 저조했다. 국제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이라크 제재, 업체간 가격경쟁 격화 등 악재가 맞물려 현대건설 등 중동지역 플랜트 수주전에서 강점을 보인 업체들이 고전했다. 다행히 아시아(125억달러→162억달러) 유럽(3억2000만달러→37억달러) 아프리카(7억달러→12억달러) 지역에서 전년 대비 수주액이 크게 늘면서 중동시장의 부진을 상쇄했다.
　
올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실적전망은 엇갈린다. 투자업계는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 전망치를 지난해보다 약 38% 증가한 450억달러로 추산했다. 중동지역의 실적이 개선되고 아시아·아프리카지역 수주도 늘어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반면 실적개선이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해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9년 해외건설 수주규모는 양질의 프로젝트 확보의 어려움으로 300억달러 수준에 머물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싸고 질 좋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모델로 승부한 우리 기업들이 중국 등 후발주자에 밀리는 상황이며, 특히 중동은 유럽업체에도 가격경쟁력이 밀린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대형 플랜트와 단순 도급에 치중된 해외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고부가 투자개발형 사업의 비중을 확대해야 실적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지난해말 아시아·아프리카지역에서 들려온 국내 건설사들의 잇단 수주 소식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쌍용건설은 말레이시아, 두바이, 싱가포르에서 초고층빌딩, 지하고속도로 등 1조3000억원 규모의 신규 일감을 확보했다.

GS건설도 미얀마와 싱가포르에서 교량, 지하고속도로 등 7000억원어치 일감을 따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에티오피아에서 1600억원 규모의 도로공사를 수주했다. 경쟁사보다 높은 입찰가격을 써냈지만 기술심사에서 우위를 점해 시공사로 낙점된 프로젝트가 많아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가낙찰제가 아닌 시공능력, 기술력, 안전관리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보는 가격기술종합평가(PQM) 프로젝트에서 신규 수주한 것은 그만큼 시공능력과 기술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