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씨 지켜라" 새해 초 돈 푸는 中

중국 위안화 /AFPBBNews=뉴스1

미국과의 무역전쟁 영향으로 경기 위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국이 새해 첫 주 자금을 푸는 조치를 잇따라 내놓았다.

지난 4일 중국 인민은행은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RRR)을 1%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먼저 오는 15일에 0.5%포인트가, 25일에 추가로 0.5%포인트가 인하된다. 이로써 대형은행의 지준율은 14.5%에서 13.5%로, 중소형은행은 12.5%에서 11.5%로 내려가게 된다.


은행의 지급준비율이 낮아지면 그만큼 대출 등 자금을 외부로 풀 수 있는 여력이 커진다는 의미이다. 인민은행은 이번 조치로 시중에 총 1조5000억위안(245조원)의 유동성이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4차례 지준율을 낮췄는데, 유동성 규모 면에서는 이번이 가장 크다.

이에 앞서 2일에도 인민은행은 시중은행이 신용한도 500만위안 이하(8억1000만원)인 중소기업에 일정액 대출을 해줄 경우 주던 지준율 인하 혜택을, 신용한도 1000만위안(16억3000만원)인 중소기업으로 확대해 유동성 확대를 꾀했다. 이 조치로 최소 4000억위안(65조원)이 시중에 더 풀릴 것으로 평가된다.

또 중국 정부는 1일부터 개인소득세 감면, 첫 주택 구매자 담보대출이자 세액공제, 주택 임차인 공제 등 경기부양 정책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잇단 조치는 부정적인 경제 지표가 이어지는 중에 나온 것이다. 2일 공개된 지난해 12월 중국 차이신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017년 5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기준선 50을 하회한 49.7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2월 제조업 PMI 역시 49.4로 2016년 7월 이후 처음으로 50 아래로 추락했다. 50을 밑돈다는 것은 경기 위축을 뜻한다.


중국 경제성장률 역시 가장 최근 공개된 수치인 지난 3분기가 6.5%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6.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올해 전망은 더 나쁘다. 특히 UBS는 "미중 무역전쟁이 더욱 심화될 경우"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5.5%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심리적인 마지노선인 6%도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이다.

여기에 중국 증시마저 지난해에 25%가량 빠지며 세계에서 가장 나쁜 실적을 기록했다.

홍콩의 소시에떼 제네랄의 중국 이코노미스트 미셀 램은 블룸버그에 "지준율 인하 조치는 PMI 지표와 증시 때문일 수 있다"면서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시장조사회사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로이터에 "신용 성장(credit growth, 금융권의 자금 유통)이 여전히 더뎌 중국 경제전망에 대한 우려는 수개월 더 갈 것"이라고 말하고 "완화적인 통화 정책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3월 1일까지 무역전쟁을 멈추기로 한 미국과 중국은 7~8일 중국 베이징에서 차관급 무역 협상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