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소재 '언더 더 씨' 표현 논란…"문해력 언급은 잘못" 해명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제기된 소설가 강동수 씨의 소설집 '언더 더 씨'에 대한 비판 글과 관련, 출판사 호밀밭이 올린 입장문이 더 거센 부정적 여론을 몰고 왔다. 이에 대해 호밀밭 측은 "표현이 적절치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해 9월 출간된 이 소설집에 실린 7편의 소설 중 표제작 '언더 더 씨'의 일부 표현에 대한 적절성으로 두고 불거졌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여학생 '나'가 바다 밑을 유랑하는 여정을 담은 이 소설은 희생된 여학생을 성적으로 대상화했다는 네티즌의 비판을 받는다. 문제가 된 부분은 소설의 도입부다.


"지금쯤 땅 위에선 자두가 한창일 텐데. (중략) 내 젖가슴처럼 단단하고 탱탱한 과육에 앞니를 박아 넣으면 입속으로 흘러들던 새큼하고 달콤한 즙액."

해당 구절은 최근 SNS를 통해 널리 퍼져나가면서 고인을 모욕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난을 샀다. 한 네티즌은 "세월호 침몰은 아직도 아픈 사건"이라며 "희생자 시점에서 '언더 더 씨'라는 제목으로 소설을 쓴 것만으로도 할 말이 없는데…"라고 의견을 달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아이들의 얼굴이 지워지지도 않았는데 성인물 주인공처럼 묘사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지난 5일 한 언론매체가 기사화한 후 '언더 더 씨' 출판사 호밀밭은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가 더 큰 비난에 직면한 것. 당시 호밀밭 측은 SNS를 통해 "문해력의 차이에 따라 수용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며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강 작가도 SNS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일종의 문학적 진혼굿의 개념으로 쓴 소설"이라며 "무구하고 생기발랄한 젊디젊은 여학생의 생을 상징하는 문학적 장치로 단단하고 탱탱한 자두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7일 호밀밭 출판사는 앞서 올린 입장문을 삭제한 뒤 차분하게 고민한 뒤 다시 공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진 출처=호밀밭 출판사 페이스북 캡처

네티즌 의견은 이들 해명에 공감할 수 없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다. 비난이 더 거세지자 앞서 올라온 호밀밭과 강 작가의 글은 SNS에서 삭제됐다. 7일 호밀밭 측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조만간 다시 글을 올리겠다"며 새로 남긴 글에도 부정적인 반응이 다수였다. 한 네티즌은 "10년 전에는 젠더 감수성이 없어도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페미니즘 운동이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호밀밭 측은 '문해력' 표현 등과 관련, "오해의 소지도 있고 경솔했던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 입장문을 내렸다"며 "받아들이는 분들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표현이 적절치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한두 시간 만에 1000개 넘는 댓글이 달리고 대부분 비난이나 인신모독에 가까운 글인데 그런 식의 대응은 도를 넘어선 것 아니냐"며 "문제제기를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은 도를 넘어섰다는 입장을 밝힌 것인데 오해가 있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독자가 작가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호밀밭 측은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소설의 표현을 받아들이는 독자는 불쾌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며 "저희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민감한 부분이고, 세월호 유족도 걸려 있는 문제고 해서 전량 회수하는 것도 포함해 어느 부분에서 어느 수위로 결정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밀밭을 통한 강 작가와의 연락은 이뤄지지 않았다. 강 작가와 연락을 시도하자 호밀밭 측은 "시간이 지나고 (강 작가의) 의견을 듣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