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국면 맞은 대구은행장 선임…겸직 찬성 목소리도

김태오 DGB금융 회장.

김태오 DGB금융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 논란이 새 국면을 맞았다. 은행장 공석이 10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대구은행 안팎에서 겸직을 지지하는 새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어서다. 대구은행 이사회도 이같은 여론을 의식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사흘 미루고 겸직 여부를 숙고하기로 했다.

15일 대구은행 이사회는 이날 예정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오는 18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은행 내부 및 지역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은행 이사회는 이날 임추위를 열고 DGB금융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가 결정한 김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었다. 대구은행 이사회는 겸직 반대와 함께 내부 출신 은행장을 선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날 임추위 파행을 예고했다.

하지만 대구은행 내부와 지역사회에서 조직안정을 최우선 해야 한다며 김 회장 겸식에 찬성하는 여론이 커졌다. 이처럼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되며 임추위도 은행 안팎의 의견을 재고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대구은행 상무급 이상 임원진은 김 회장의 겸임을 지지하는 결의문을 이사회에 전달했다. 대구은행 임원들은 "은행장 장기 부재를 끝내고 현 경영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며 "전 임원들은 DGB금융 자추위 결정에 적극 지지 한다"고 전했다. 대구지역 경제 단체인 대구상공회의소도 전날 김 회장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대구은행 직원 2200여명으로 구성된 제 1노조도 전날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제 1노조는 성명을 통해 김 회장의 겸직 번복, 지역사회와 직원들의 충분한 동의 없이 지주 사외이사들이 김 회장의 겸직을 추진한 점 등에 대해서 비판하면서도 "자추위와 김 회장의 결정이 현 시점에서 최선인지 차선인지, 최악인지 차악인지 누구도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모든 우려와 실망에도 불구하고 이제 눈을 돌려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 내부와 지역내에서도 지지 여론이 형성되면서 대구은행 임추위가 겸직 수용을 거부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임추위에서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 안건이 통과하지 않을 경우 DGB금융이 '주주제안권'을 행사해 주주총회를 여는 방안도 검토중이어서 임추위의 의결 없이도 김 회장의 은행장 겸직은 가능하다.

다만 대구은행 이사회를 비롯해 대구은행 3급 이상 간부 직원 100여명으로 구성된 은행 제2노조의 반대가 여전하다는 점은 변수다. 일부 시민단체는 여전히 김 회장의 은행장 겸임을 반대하고 있다. 이날 제2 노조는 "김 회장의 연봉이 15억원으로 겸직을 하던 전임자 급여 보다 3배가 넘어 황제 연봉이 아닐 수 없다"며 김 회장의 겸임과 관련, 반박 수위를 높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구은행 임추위가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주주제안권을 발동하거나 사외이사들의 임기가 만료되는 3월까지 행장 선임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