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결론은 증선위 무리수"

바른사회는 24일 '삼성바이오-증선위 회계분식 행정소송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최승재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

삼성바이오로직스 (770,000원 ▼10,000 -1.28%) 분식회계 논란은 회계기준을 미국식(GAAP)에서 유럽식(IFRS)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생긴 혼선으로 이를 분식회계로 몰아간 금융당국의 결정은 무리수라는 주장이 나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24일 바른사회가 개최한 '삼성바이오로직스-증권선물위원회 회계분식 행정소송 쟁점과 전망' 토론회 자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은 기존 회계기준인 미국식(GAAP)에서 유럽식(IFRS)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초래된 사태"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2011년 IFRS를 채택했다. 종전의 회계기준인 GAAP가 규정중심이라면 IFRS는 원칙중심의 회계처리 방식이다. IFRS는 GAAP와 달리 회계처리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원칙과 근거만 제시한다. 다양하고 복잡하게 이뤄지는 기업 활동에 세부 규정을 두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조 교수는 "원칙중심 방식은 기업에게 일정 부분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다. 여기서 마찰이 빚어진 것"이라며 "기업에게는 새로운 회계기준이 도입됐으나 감독당국의 기준은 여전히 규정중심인 것 같다"고 했다.

조 교수는 정권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는 금융당국 행태도 지적했다. 그는 "삼성바이오가 코스피가 아닌 나스닥으로 갔다면 금융당국으로부터 감리와 재감리를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앞선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문제없다고 판단하면 다음 정부에서도 그 판단을 존중해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심사위원회의 주식거래 재개 결정 역시 증선위의 판정에 대해 암묵적인 부동의(不同意) 의사를 보여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11월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했다고 결론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살 권리) 사실을 고의로 공시에서 누락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재무제표 수정 △최고경영자(CEO) 및 최고재무책임자(CFO) 해임권고 △감사인 지정 △검찰 고발 △과징금 80억원을 의결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80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확정했다. 다만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기업 계속성과 재무 안전성을 고려해 상장을 유지하기로 했다.

삼성바이오는 이 처분에 반발해 시정요구 등 취소청구 소송를 제기했다. 아울러 이 소송의 판결이 날 때까지 행정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최근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