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총론'→하노이 '각론'→워킹그룹…북미 비핵화 단계는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사진=권다희 기자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15일 '싱가포르 총론'이 '하노이 각론'으로 이어지고 이후 워킹그룹(실무그룹)에서 각론 이행을 논의하는 비핵화 과정을 전망했다.

문정인 특보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9 한반도 정세전망' 강연에서 "6.12 싱가포르 제1차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를 주목해야 한다"며 이 같이 설명했다.


문 특보는 싱가포르 합의의 1조가 새로운 북미 관계수립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관계는 북한 체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이며, 두 번째는 연락사무소를 어떻게 개소할 것인가, 북미수교는 어떤 절차 밟아야 하는가 등의 의제로 구체화할 수 있다.

2조가 다루는 게 항구적 평화체제다. 문 특보는 종전선언 채택을 하고 가면 가장 좋지만, 종전선언이 평화조약의 서문에 해당하므로 종전선언 없이 본격적으로 평화체제를 다룰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두 가지가 북한이 원하는 것이라면 세 번째는 미국이 원하는 3조 '완전한 비핵화'다. 이와 관련해 문 특보는 2007년 '2.13 합의'를 상기시켰다.


당시 6자회담의 결과로 도출한 2.13 합의는 북한의 3단계 핵 폐기를 합의하면서 5개의 워킹그룹을 만들기로 했다. 첫째 워킹그룹은 중국이 의장국을 맡은 비핵화 워킹그룹이다.

이와 함께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워킹그룹도 구성됐다. 한국이 의장국을 맡은 경제·에너지 워킹그룹이다. 이 외 북미, 일북 워킹그룹과 러시아가 의장국을 맡은 동북아평화안보체제 워킹그룹이다.

문 특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노이에서 1박2일간 로드맵이 다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하노이에선) 기본합의를 하고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새로운 관계, 평화체제 , 비핵화에 대한 워킹그룹을 만들 수 있다"고 제안했다.

문 특보는 "3개의 워킹그룹에서 나온 내용을 합쳐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고 로드맵을 만들면 시간표도 같이 나올 수 있다"며 "거기에 두 정상이 합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싱가포르는 총론, 하노이에선 각론이 나와야 하고 그 각론적 성격을 이행할 수 있는 워킹그룹 만들어야만 가시적인 결과가 나온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도 비핵화가 급히 될 수 있는 게 아니란 인식이 있어 그건 어렵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또 문 특보는 "유관국도 상당히 중요하다"며 "북미관계는 북미가 하는 것이지만, 평화체제는 정전을 평화체제로 바꾸는 거라 남북미 3자가 들어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비핵화 과정에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도 들어갈 수 있다"며 "이런 것들을 맥락에 따라 상황 별로 다룰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해 여기에 대한 원칙적 합의만 나와도 성공적"이라고 덧붙였다.

단 문 특보는 워킹그룹 구성 합의 이전에 "북한이 가시적으로 1~2개월 내 어떤 행동하겠다는 게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가시적 비핵화 조치에 대해 "영변 플러스 알파, 즉 영변 외 농축우라늄 시설에 대한 리스트 신고와 폐기를 약속하면 어느 누구도 (하노이 정상회담을) 실패했다고 하기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