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의 아픈 손가락,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경기 고양시 탄현동의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사진제공=두산건설

그룹 전반의 재무구조 불확실성 확대로까지 이어지도록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두산건설 (1,240원 0.0%)의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프로젝트.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며 두산건설의 발목을 잡은 이 사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일산신도시 개발계획에는 없었던 이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 당시 논밭이던 이 사업부지에 초고층 주상복합을 짓는 계획이 추진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행사가 시중은행으로부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으로 대출받은 수천억원 가운데 수백억원을 빼돌리고 이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를 시도한 사실까지 적발되면서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구속되고 결국 부도처리됐다.

이후 사업은 다른 시행사로 넘어갔으나, 앞선 시행사와 짧지 않은 법정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2009년에 착공과 함께 분양에 나섰으나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대량의 미분양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시공사인 두산건설은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10년 간의 고통이 시작됐다. 두산건설은 이 사업으로 인한 대규모 소실이 발생하면서 당시만 해도 대형건설업체들은 물론 중견기업까지 뛰어든 주택사업에서 사실상 발을 뺐고 수주물량 미확보에 따른 후유증으로 현재까지도 어려움을 겪어 왔다.

◇두산중공업·두산건설, 잇따른 유상증자… 9200억원 규모

2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중공업 (16,210원 ▲350 +2.21%)은 지난 21일 일반공모 방식으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이와 별도로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 등 자구노력을 통해 추가 3500억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은 이번에 확보되는 자금 중 3000억원을 통해 두산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키로 했다.

두산건설 역시 이날 4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내놓았다. 두산그룹 최상위 지배회사인 두산 (137,600원 ▲2,600 +1.93%)이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두산의 재무여력 감소와 주요 자회사의 신용 저하 가능성 등으로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신용평가업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두산건설은 지난 13일 2018년 5518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수년간의 당기순손실로 2018년 말 자기자본은 2016년 말의 1/3 수준인 3677억원으로 축소됐고 이 기간 부채비율은 184.6%에서 552.5%로 치솟았다.

◇악몽의 시작 '일산위브더제니스'

두산건설의 이 같은 악몽은 2013년 준공한 '일산위브더제니스' 프로젝트로부터 사실상 비롯됐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두산건설의 주요 손실 4480억원 중 '일산두산위브더제니스'와 관련한 손실이 1600억원으로 가장 크다. 이어 건축부문에서 미착공사업으로 인해 800억원을 손실봤고 토목 등 부문에선 상주영천외 사업 등으로 720억원의 손실이 잡혔다.

'일산위브더제니스'는 경기 고양시 탄현동에 위치한 대규모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다. 지하 5층~지상 최고 59층, 8개동에 총 2700가구의 대단지다. 전용면적 59㎡, 94㎡와 같은 중소형도 있지만 120㎡, 145㎡, 170㎡ 등 대형 주택형이 주력이다.

입주 초기 미국발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져들면서 주로 대형 주택형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다. 입주 초기에는 일정기간 살아본 뒤 입주를 결정하는 '애프터 리빙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미분양이 해소되지 못했고 두산건설은 지난해부터 할인분양에 들어가 1600억원을 손실처리했다. 2009년 분양 당시 3.3㎡당 분양가는 1200만~1900만원이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전용 120㎡ 매매호가는 6억원 초반대에서 7억원 초반대에 형성돼 있다. 분양 당시와 비교하면 20% 정도 가격이 하락한 셈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고양시 일산서구 아파트 매매시세는 3.3㎡당 1046만원이다.

경의선 탄현역과 브릿지로 직접 연결되며 쇼핑몰을 비롯해 게스트하우스, 독서실 등이 구비돼 있다. 설치비용이 비싼 쓰레기 이송설비가 일찌감치 설비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진도 6 이상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했다.

탄현동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중대형 주택형들의 전세는 보증금 차이가 없다"며 "두산건설 보유분을 임대할 경우 중개수수료는 물론 보증보험 가입비까지 회사가 부담해 수요자에게는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두산그룹 계열이 두산건설 지원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두산중공업은 2013년 1조원 가까이 지원했다. 당시 두산 계열사들은 두산건설의 분당 부지와 큐벡스 지분 매각 참여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도왔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채권담당 연구원은 "계열사 지원과 7조700억원의 수주잔액에도 최근 주택경기 하강으로 두산건설의 실적개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며 "3000억원 내외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가 단기화돼 있어 현실화될 경우 재무안정성 저하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