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벤처 차등의결권'에 민변 "재벌이 벤처 차리면?"

/사진=참여연대 홈페이지

규제완화를 두고 진보진영과 정부·여당이 또 다시 맞붙었다. 지난해 '인터넷 전문은행 금산분리 완화'에 이어 이번엔 '차등의결권 도입 여부'가 쟁점이 됐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적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대안으로 '차등의결권 도입'을 제시한 바 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과 경실련, 경제개혁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는 정부여당의 차등의결권 허용 추진은 자칫 재벌의 유력한 세습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반대의 뜻을 밝혔다.


◇한국 특성상 경영권 세습 방안될수도=채 의원은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차등의결권 도입문제 진단 및 지배구조 개선 상법개정 모색 토론회'에서 "민주당이 과거엔 차등의결권 문제와 가업상속 대상 확대 문제에 대해 반대하거나 신중했던 자세를 보였는데 최근에 입장이 바뀐 것에 대해 우려스럽다"며 "정부여당이 성장동력 부재와 일자리 문제로 지지율 저하를 겪으며 정책기조 변경을 모색했지만 이는 근시안적인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채 의원은 "재벌 중심으로 편중돼있는 한국의 경제구조에 따르면 차등의결권 도입으로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가 심화될 수 있다"며 "차등의결권 제도로 인해 절대적인 경영진을 제어할 수 없게 되어 후계자가 아무리 무능해도 황금주 한 주만 갖게 되면 자자손손 경영권을 세습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차등의결권 제도는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대한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 가운데 하나다. 일부 주식에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자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보수정당과 전경련 등이 도입을 주장해왔다.


◇부작용 잡는 제도있음 차등의결권 괜찮아=채 의원의 지적에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아예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다"며 "여러가지를 두고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개인적으론 차등의결권 도입에 대해 유보적"이라며 "차등의결권 제도에 대한 확실한 실익에 대해선 아직도 논의수준의 단계"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차등의결권 도입으로 자본의 흐름이 왜곡되고 또 창업을 더디게 할 것이란 반론도 있는 것을 알고있다"며 "다만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만들 수 있다면 굳이 (차등의결권 도입을) 논의안할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벤처에 국한해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는 것에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서보건 민변 변호사는 "한국의 경우 특유의 재벌 중심 경제구조로 인해 차등의결권의 득보다 실이 크다"며 "벤처에 국한한 것에도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 변호사는 "재벌 3세와 4세, 또 친인척이 벤처를 설립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벤처에 국한해 허용을 하더라도 이 기업이 상장을 하면 기존 차등의결권엔 경영권이 영구적으로 승계되거나 상속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제구조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혁신성장을 위해선 차등의결권 도입이 아니라 경제구조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단 주장이 나왔다. 이날 '누구를 위한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인가'란 주제로 발제를 맡은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역시 차등의결권은 "백해무익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차등의결권 주식은 소유와 지배 괴리도를 증가시키는 소유지배구조를 만드는 수단"이라며 "한국에선 경영 세습과 경제력 집중 악용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패에 대한 통제가 강항 북유럽 등과 한국의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한 것이다.

박 교수는 "정부가 혁신성장을 '진짜'로 원한다면 재별개혁과 징벌배상을 도입하는 것"이라며 "또 혁신성장이 가능하고 소득주도 성장이 효과를 낼 수 있는 경제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