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성 차입 늘린 아시아나항공, '제2의 동양' 되나

감사의견 ‘한정’ 판정을 받은 아시아나항공의 ABS(자산유동화증권)가 자칫하면 동양그룹 CP(기업어음)와 ‘닮은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ABS는 고수익을 노린 자산가들에게 상당수 팔려 나갔는데 과거 동양그룹 CP처럼 투자 위험성을 몰랐던 개인 투자가들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최근 은행대출을 줄이고 시장성 차입을 확대해 채권은행 주도 구조조정 제도인 ‘주채무계열’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역시 동양그룹과 판박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ABS 발행잔액은 지난해 말 연결기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모두 4차례에 걸쳐 최고 5.94% 금리로 ABS를 찍었다. 은행 대출이 막히고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외면당하자 고금리를 주고 ABS, CP, 사모채 등 시장성 차입을 확대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의 ABS는 KB증권, 한화투자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하이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 증권사 창구에서 신탁상품 형태로 개인 투자자에게 팔렸다. 투자등급이 ‘투기등급’ 직전인 ‘BBB-’라서 일반 기관투자자보단 고금리 수익을 노린 상호금융과 개인들이 주로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2014년 사회적 문제가 된 ‘동양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동양그룹은 계열 증권사인 동양증권 창구를 통해 2만여명의 개인고객에게 CP를 팔았다. 원금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CP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은 결국 7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 아시아나항공 ABS는 신용등급이 BBB-인데 신용평가사 중 한곳이라도 등급을 1단계 내리면 곧바로 조기상환해야 하는 조건이 붙어있다. 감사의견 ‘한정’이 나온 지난 22일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아시아나항공 ABS를 등급전망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1조2000억원 규모의 조기상환 요구가 빗발쳐 아시아나항공의 존립도 위협받을 수 있다.

시장성 차입 의존도가 높아진 아시아나항공은 재무구조가 더 나빠졌음에도 오는 5월 채권은행 관리를 받은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채권은행은 매년 금융회사 차입규모가 많은 대기업그룹을 주채무계열로 선정해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해 왔다. 지난해엔 금융회사 총차입 규모가 1조5166억원 이상인 대기업그룹 31곳이 주채무계열로 선정됐다.

아시아나항공이 포함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융권 차입규모가 2017년 36곳 중 16위였다가 2018년에는 31곳 중 27위로 내려왔다. 지난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SC제일은행 등 금융기관 장기차입금을 4000억원 가량 갚아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주채무계열에서 빠져도 아사아나항공만 별도로 채권은행과 양해각서(MOU)를 맺을 수 있지만, 그룹 차원의 효율적인 구조조정은 어려워진다. 지난해 4월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MOU를 맺은 아시아나항공은 다음달 6일 다시 MOU를 맺어야 한다.

동양그룹도 2014년 주채무계열에서 빠졌다. CP와 회사채 규모가 2조3000억원이었으나 금융권 대출은 9000억원에 그쳐서다. 은행권 차입을 갚아나가는 대신 CP 발행을 늘렸기 때문인데 결과적으로 기업부실에 대한 손실은 금융회사가 아닌 개인 투자자가 떠안아야 했던 셈이다.


금융당국은 아시아나항공의 ABS가 동양그룹 CP 사태처럼 대규모 개인투자자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당장은 높지 않다고 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한정’ 의견에 대해 재감사를 요청한 만큼 약 3개월 동안은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앞으로 석 달 동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산은이 물밑협상을 통해 추가적인 자금공급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 회장은 지난해 말 금호고속 주식 14만8000주 등을 산은에 주식담보로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