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기술 글로벌 1위…공장은 해외로 간다

왼쪽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 오른쪽 이우현 OCI 부회장./사진=머니투데이DB

태양광 셀·모듈 기술 세계 1위인 한화케미칼 (23,150원 ▼650 -2.73%)이 앞으로 태양광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증설에 나서더라도 국내 증설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OCI (93,700원 0.00%) 역시 연간 전기료만 3000억원이 드는 국내공장(군산)은 유지가 어렵고 말레이시아공장 증설에 나설 계획을 비췄다. 세계 최고 수준의 태양광 기술력을 갖췄지만, 공장과 고용은 해외로 가게 되는 셈이다.

◇태양광 회복돼도 공장은 해외로…"국내 전기료만 3000억원"=김창범 한화케미칼 대표이사(부회장)은 26일 서울 명동 세종호텔에서 열린 제 45기 주주총회가 끝난 후 "앞으로 폴리실리콘 증설을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전기료가 저렴한) 외국에서 할 것"이라며 "국내(여수공장)는 전기요금이 비싸서 증설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중국·캐나다·독일 등 다른 나라들은 민간기업의 폴리실리콘 사업에 대해 정부가 보조금을 주고 있다. 태양광이 신재생에너지로서 아직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외 국가들은 또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기료를 보조해주거나, 전기료 자체가 우리나라보다 더 저렴하다. 반면 우리나라 한화큐셀(한화케미칼의 자회사), OCI 등 태양광 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태양광 셀과 모듈 기술에도 불구하고 비싼 전기료, 보조금 부재(不在), 탄소배출권 간접세 등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우현 OCI 부회장도 제조업체의 국내 사업장 운영 애로를 토로했다. 공장 가동을 위한 제반 비용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17년 투자한 말레이시아 공장의 사례를 들어 점진적인 해외 사업 확대를 시사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주총 후 기자들과 만나 "말레이시아는 부지를 (정부가) 공짜로 제공해주며 전기요금도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제조업을 하기에 아주 좋은 조건"이라고 말했다.


OCI는 2017년 국내 가동비용 부담 극복을 위해 말레이시아 현지 폴리실리콘 공장을 인수했다. 올해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로 하고 증설을 추진 중이다. 생산의 무게중심이 말레이시아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군산공장에서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도 했다.

군산공장의 추가적 인력구조조정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인건비가 부담된다기보다는 제조업 특성상 공장 운영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구조"라고 답했다.

그는 "정부가 전기료를 또 올린다고 하는데 우리가 1년에 전기료만 3000억원을 쓰는 상황에서 5%가 올라가면 영업이익이 150억원 줄어든다"고 말했다. 제반 비용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국내 사업을 확대하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설명이다.

◇태양광 기업 CEO들 "하반기 업황 회복 기대"=중국 보조금 축소와 미국 세이프가드로 가격 약세가 이어졌던 태양광 업황은 올하반기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 부회장은 "태양광 셀, 모듈 기술경쟁력에서 글로벌 넘버원이 한화큐셀"이라며 "국내 태양광 시장은 올해 2GW(기가와트)가 될 것이며 계속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은 "작년은 실망스러운 한해였지만 올해는 모노웨이퍼용 고순도 폴리실리콘 비중을 늘리고 반도체 웨이퍼용 시장에도 적극 진출해 부가가치를 올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중국 정부에서 긍정적인 시장 활성화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반기 업황 회복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런 기회를 잘 잡아 좋은 실적을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화케미칼은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등 주요 제품의 가격 침체 여파로 지난해 매출 9조460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든 3543억원을 냈다. OCI는 지난해 3조1121억원의 매출액과 158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4.3%, 44.2% 줄어든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