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주세요"... 1분만에 답장이 왔다

10일 오후 대마초를 판매하는 판매자가 보낸 '(마약)인증사진'./사진=텔레그램 캡처

"대마초 구매 가능한가요?"

해외 채팅앱에서 마약을 팔겠단 이에게 보낸 메시지였다. 그러자 1분 만에 답장이 왔다. 10분 만에 오늘(10일) 날짜를 적은 '인증'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판매자가 실제로 대마초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판매자 A씨는 선입금을 요구했다. "판매자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니, A씨는 "저희가 이런 제품 판매만 4년으로 단골 분들 엄청 모시고 있다"며 "한 분의 고객이라도 단골로 모셔 안전하고 깔끔한 거래를 원한다"고 했다.

실제 입금을 하고 물건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A씨가 실제 '마약상'인지 알 수는 없었다. 그는 마약상으로 위장한 '사기꾼'이거나, 경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마약을 쉽게 구매할 수 있음은 분명했다.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에서 하루에 수십 명씩 A씨와 같은 판매자와 접촉 가능했다.

/사진=트위터 등 캡처

포털사이트에 마약류 관련 단어를 검색하니, 수많은 판매글이 보였다. 대부분 검색 결과는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외국 홈페이지 등으로 이어져 있었다. 신뢰도를 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모아둔 '인증페이지'를 운영하는 판매자도 있었다.


이들은 텔레그램이나 위커 같은 해외 보안 채팅앱 아이디를 제시하며 구매자들에게 연락을 달라고 했다. 배달 방식은 속칭 '드랍(던지기)'. 먼저 대포통장으로 계좌이체를 받거나 가상화폐로 대금을 받는 식으로 금융 거래를 한다. 이후 판매자가 CCTV가 없는 곳에 마약을 두고 가면, 구매자가 찾아가는 식이다. 퀵서비스나 택배를 이용하기도 한다.

판매자와 구매자는 단속을 이유로 서로의 개인 정보는 절대 공유하지 않는다. 한 판매자는 "서로를 '경찰'이라고 생각하고 거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판매자 B씨는 "현재 분위기상 거래 잠정 중단했다"며 "이번 달 말쯤 판매를 다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약 구매자가 판매자와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피해 사실을 알리고 있다. 이 구매자는 마약 구매를 위해 입금을 했으나, 판매자가 잠적해 마약을 받지 못했다./사진=텔레그램 캡처

검색을 하다 보니, '사기꾼'들도 눈에 띄었다. 텔레그램에 판매자 아이디를 검색하니, 피해자들은 텔레그램 아이디를 언급하며 "이 사람 사기꾼이다", "거래하지 마세요", "의심하고 또 의심하세요" 등 주의를 줬다.

구매자가 신고를 하지 못하는 점을 이용해 사기를 치는 것. 인증 등의 방식으로 구매자가 판매자를 믿게 만든 뒤, 돈을 보내면 잠적하는 식이다. 또는 역으로 구매자가 먼저 마약을 약속한 장소에 두면, 입금은 하지 않고 마약만 가져가기도 한다.

이처럼 인터넷을 통한 마약 구매는 쉽고 간편해보였다. 최근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방송인 하일씨(로버트 할리·60)도 인터넷을 통해 마약을 구입했다. 하씨는 인터넷에서 마약 판매 광고를 보고, 판매자와 SNS로 연락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식약처는 인터넷·SNS에서 퍼지고 있는 온라인 마약류 판매광고 및 유통사범을 오는 5월24일까지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사회적 이슈가 된 물뽕(GHB), 수면·마취제 등에 대해 집중 모니터링해 1848건(url건수)의 온라인 상 마약류 판매광고를 확인하고, 지난달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