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블리 좋아한 내가 창피해"…VIP가 안티가 된 이유

/삽화=임종철 디자인 기자

"한 마디로 말하면 배신감이다. 우연히 구매한 상품에 하자가 있었다면 이 정도까지 화가 나진 않는다. '임블리'라는 믿고 따랐던 옆집 언니에게 제대로 사기 당한 기분이다"

'임블리' 임지현 부건에프엔씨 상무의 팬이었던 주부 A씨는 '임블리 호박즙 곰팡이 논란' 이후 심경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임지현 부건에프엔씨 상무 인스타그램 내용./사진=임지현 인스타그램 캡처

임 상무는 팔로워 84만여명의 자타 공인 파워 인플루언서다. 2주 전까지만 해도 그의 SNS 게시물엔 셀카, 옷·화장품·호박즙 사진 등으로 가득했다. 댓글엔 "예쁘다", "빨리 구매하고 싶다", "너무 좋다" 등 칭찬 일색이었다.

17일 임 상무의 게시글은 '사과문'으로 뒤덮였다. 댓글엔 "제대로 된 해명을 해달라", "팬이었는데, 진짜 실망이다" 등 비판 의견이 대부분이다.

◇호박즙 곰팡이 논란→"일부 환불"→댓글창 폐쇄 및 SNS 비공개→"전량 환불"→새로운 문제 제기

사건의 발단은 '임블리 호박즙 곰팡이 논란'. 일부 소비자가 자신의 SNS 계정에 호박즙 빨대 입구에 이물질이 묻은 사진을 올렸다. 소비자 A씨는 "반품한 지 한 달이 다 돼가도록 연락 한 번 받지 못했다"고 했고, 소비자 B씨는 "환불은 어렵고, 남은 수량과 폐기한 한 개만 교환을 해주겠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이 '호박즙 곰팡이'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자 임 상무는 지난 3일 최근 판매된 28차분의 환불을 약속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4일 SNS 댓글창을 닫고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해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고, 이날 실시간 검색어에 하루 종일 관련 검색어가 오르내렸다.

결국 이날 오후 쇼핑몰 '임블리'에는 '원하는 고객에게 전량 환불'을 약속하는 공식 사과문이 올라왔다. 소비자들의 질타가 계속되자, 임 상무는 지난 14일 SNS에 심경을 담은 장문의 글을 올렸다. 또 쇼핑몰에는 임 상무 남편인 박준성 부건에프엔씨 대표이사의 사과문도 게재됐다. 문의가 많았던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을 정리해 올렸다.

임 상무는 "제가 지금 느끼는 가장 큰 고통은 이렇게 임블리를 좋아해 주셨던 고객님들과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을까 하는 죄책감"이라며 "다시 6년 전 처음, 그 마음으로 돌아가 저를 낮추고 천천히 임블리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 제보 모은 SNS도 등장…'안티보다 돌아선 팬이 더 무섭다'

쇼핑몰 '임블리'(IMVELY) 관련 제보를 모아둔 인스타그램 계정./사진=imvely_sorry 인스타그램 캡처

이 같은 조치에도 소비자의 불만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임블리와 관련한 소비자 제보를 모은 SNS도 등장했다. 쇼핑몰 '임블리'(IMVELY) VVIP 고객이었다는 C씨는 현재 SNS를 통해 △사진과 다른 제품 배송 △타사제품 도용 △과대광고 △제품불량 △미흡한 고객 대응 등을 이유로 임블리 쇼핑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C씨의 인스타 팔로워 수만 4만2000여명에 달한다.

VIP 고객까지 등을 돌린 가운데, 임 상무의 많은 팬은 '안티팬'이 됐다. "원래 안티였던 사람보다 돌아선 팬이 더 무섭다"는 말처럼, 애정은 분노로 변했다. 문희준, 박유천, 설리, 성민 등 연예계에선 종종 일어났던 일이다. 최근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의 일부 팬들도 "또 실망했다"며 등을 돌린 상황이다.

안티팬들은 대부분 '블리'(임블리 소비자 애칭)였다. 연예인의 안티팬과 달리 지금까지 임 상무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안티팬이 되긴 다소 힘들다. 소비자이자 팬이었던 이들은 "각종 의문점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직장인 B씨는 "제가 임 상무를 좋아했고, 임블리 제품을 많이 썼던 것을 아는 주위 사람들이 저를 한심하게 보는 게 너무 창피하다"고 했다. 이어 "스스로 제품을 홍보하고 다녔다. 저를 따라 임블리 제품을 썼던 지인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은 임 상무가 지난 16일 허위사실 공표 등을 이유로 법적 조치를 선언하면서 더욱 분노하고 있다. 임 상무는 '허위사실과 악의적 비방' 목적이 의심되는 주요 계정을 명시하며 "당사와 임직원들에게 발생하는 피해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