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팜 벨트' 구하기…재선 위한 행보일까

(번스빌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번스빌에서 경제 및 세금 개혁을 주제로 열린 라운드테이블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과 무역협상 관련, “우리는 어느 쪽으로든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유럽연합(EU) 등과의 무역 협상을 통해 미국산 농산물 수출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상대방을 압박하며 수입 확대나 시장 개방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기반인 중서부 곡창지대 이른바 '팜 벨트(Farm Belt)' 민심 챙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中에도, 유럽에도…"미국산 먹으라"=블룸버그통신은 15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지난해 미국산 농산물에 부과한 높은 관세를 다른 상품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나왔다. 양측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휴전하기로 했으며, 이후 무역 합의안 마련을 위해 치열한 협상을 거듭해왔다. 최근에는 약속 이행을 위한 이행사무소 설치 등 큰 틀에서의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무역 합의에 이르더라도 당분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먼저 관세를 물릴 수 없다고 맞서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최소한 미국산 농산물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했다는 것이 블룸버그의 설명이다. 무역 협상에 따라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늘려야 하는 중국으로서도 관세 부과 대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미중 합의안에는 중국이 무역 흑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연간 300억달러(약 34조원)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추가로 구매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무역 협상에서도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EU에는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명분으로 대규모 관세 부과를 경고했으며, 이를 통해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이날 무역 협상을 시작한 일본에도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라며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인하 카드를 꺼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NHK는 "최근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나 EU와의 경제동반자협정(EPA)을 잇달아 체결하면서 일본 시장에서 미국산 농산물의 경쟁력이 약화했다"면서 "미국이 자동차나 환율 문제를 거론하며 농산물 시장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2020년 대선 행보…'트럼프' 표밭 농가 파산 어쩌나=미국이 농산물 수출 확대 주력하는 배경에는 내년 대선이 자리한다. 재선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기반인 남서부 곡창지대, 이른바 '팜 벨트(Farm Best)'에 유리한 정책을 편다는 것이다. 팜 벨트나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여전히 높지만 무역전쟁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주력 상품인 농산물 수출이 급감하면서 파산하는 농가가 급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월 연방 통계자료를 근거로 "팜 벨트 농가 파산 신청이 최근 10년 동안 볼 수 없던 수준으로 급증했다"면서 "무역전쟁과 농산물 가격 하락, 심각한 홍수 등이 이어지며 중서부 지역 농가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