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심사 수수료 대폭인상 예고…업계 "기간만 단축되면 OK"

머니투데이

민승기 기자

신약 연구 개발. /사진제공=유유제약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약 인허가 심사 수수료 인상' 방안을 추진키로 한 가운데 제약·바이오 업계는 신약 심사기간 단축을 전제로 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2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에 신약 허가 신청을 하면 최종 허가결정 까지 보통 540일가량 소요된다. 신약 허가 심사기간이 평균 243일 소요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보다 2배 이상 더 긴 기간이다. 일본(333일), 캐나다(350일), 호주(364일), 유럽(419일) 등과 비교해도 한국이 100~200일 이상 길다.

국내 인허가 심사인력이 크게 부족해서다. 미국의 바이오의약품 품목당 심사인력은 40~45명에 달하지만 한국은 5명에 불과하다. 심사인력 1인당 처리 건수도 한국이 미국보다 6배나 많다. 심사 담당자의 업무 과중과 허가 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제약·바이오 업계는 인허가 심사 수수료를 인상해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심사 기간을 줄여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심사 기간이 단축되면 신약의 상업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현재 한국 인허가 심사 수수료는 683만원으로 미국(28억5000만원)의 4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식약처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허가 심사 수수료 인상에 대한 의견조회'에서 반대 의견을 낸 회원사는 한곳도 없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인허가 심사 수수료가 해외에 비해 너무 낮은 건 사실"이라며 "심사인력도 부족한데 수수료까지 낮다 보니 허가신청을 남발하고 허가지연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허가를 받고 상업화를 하는 게 더 큰 이득"이라며 "심사기간만 단축될 수 있다면 일정수준의 인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일부 중소제약사, 영세 바이오벤처 사이에서는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심사 수수료가 너무 큰 폭으로 오르게 되면 영세한 기업들은 제품개발에서부터 엄두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 21일 바이오헬스 혁신전략 사전 설명회에서 이동희 식약처 기획조정관은 "현재 인허가 심사 수수료가 600만원대인데 기업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올리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350명 수준인 심사 인력을 2배 증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