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광고에 출연한 '벤츠 회장'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사진=BMW 유튜브 캡처

43년간 '벤츠맨'이었던 디터 제체 다임러 회장이 은퇴 후 BMW 광고에 출연(?)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연례 주주총회에서 공식 은퇴한 제체 회장이 라이벌 BMW의 광고에 등장했다.

제체 회장의 은퇴에 맞춰 공개된 BMW 광고 영상에는 제체 회장(닮은꼴 배우)이 벤츠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내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는 본사 로비에 명찰을 반납하고, 직원들과 셀카를 찍은 후 벤츠 S클래스 세단을 타고 집으로 향한다. 집앞에 그를 내려준 차량이 떠나자, 제체 회장은 차고 문을 열어 BMW의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을 타는 반전을 보인다. 그리고 '마침내 자유로워졌다'는 문구가 나오고 "수년간 경쟁하도록 영감을 준 디터 제체, 고맙습니다"라는 헌사를 보낸다.

BMW의 유머가 담긴 은퇴 축하 영상에 벤츠는 트위터에 "고마운 제안이지만 제체는 이미 벤츠의 차세대 전기차 EQ를 타기로 했다"고 받아쳤다.

/사진=BMW 유튜브 캡처

벤츠와 BMW가 이 같은 유머를 주고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BMW가 창립 100주년을 맞자 벤츠는 BMW 본사 직원들에게 "완전한 자동차의 역사를 구경하라"며 벤츠 박물관으로 초대했다. 1886년 설립된 벤츠의 역사가 훨씬 길다는 것을 유머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제체 회장은 1976년 다임러벤츠에 입사해 평생을 벤츠맨으로 살아왔다. 2000년 크라이슬러 CEO(최고경영자)에 임명될 때까지 24년간 엔지니어로 일했다. 2006년엔 다임러그룹을 총괄하는 위치에 올라 여태껏 벤츠를 끊임없이 변화시킨 혁신의 대가로 꼽힌다. 블룸버그통신은 "제체 재임 기간 바뀌지 않은 것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콧수염 하나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임기간 벤츠와 미국 '빅3'중 하나인 크라이슬러의 불행한 합병을 2007년 청산하기도 했고, 벤츠에 젊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입혀 럭셔리브랜드 1위로 등극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벤츠는 BMW, 아우디 등 경쟁사에 밀려 '노인들이나 타는 차'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지만, 젊은 브랜드로 변신한 이후인 2015년 아우디의 판매량을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BMW와 10억유로를 투자한다는 협업 계획도 밝혔다. 우버, 리프트 등 차량공유업체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라이벌에게도 적극적으로 손을 내민 것이다.

제체 회장의 후임은 벤츠 승용차 개발 총괄책임자인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이다. 그는 지난 13일 "향후 20년 내 모든 차량을 친환경차로 바꾸겠다"고 선포했다. 벤츠가 내연기관차를 발명한 지 133년 만에 내연기관과의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