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코드 등재가 게임업계에 뼈아픈 3가지 이유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 질병코드 등재를 결정하면서 국내 게임산업 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게임 산업 성장 부진, 신기술 중심의 투자 확대 등 업계 주요 변화가 많은 시기에 WHO 결정이 내려지면서 게임 생태계 자체에 상당한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다. 또 포괄임금제 폐지 등 이미지 개선 노력 역시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장둔화와 맞물린 게임질병등재…"게임 산업 뿌리 흔들릴수도"= 2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 시장은 규모 면에서 커지고 있지만 지난 2017년 이후 성장세가 크게 꺾이는 등 정체기를 겪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3.9% 성장한 14조 5349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2017년 20.6%를 기록했던 국내 게임시장 성장률은 2018년은 6.5%, 2019년 3.9%, 2020년 2.4% 등 해마다 성장 폭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모바일 게임 역시 지난 2017년 이후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성장률은 2017년 43.5%에서 지난해 7.8%로 크게 떨어졌다. 2019년과 2020년의 성장률은 각각 4%, 3.7%로 예상되고 있다. PC온라인게임은 이미 성장을 멈췄다. 2017년 4조 5409억원을 기록했던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는 2020년에는 3조 9836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 대형 게임회사들의 올 1분기 실적 역시 대부분 부진했다. 엔씨소프트 (171,200원 ▼1,300 -0.75%)는 1분기 매출 3588억원, 영업이익 795억원으로 전년보다 매출은 24%, 영업이익은 61% 줄었다. 넷마블 (53,300원 ▲200 +0.38%) 역시 매출은 5.9%, 영업이익은 54.3%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질병코드 도입은 악재일 수밖에 없다.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게임을 넘어 한국 콘텐츠산업의 일대위기"라며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임과 콘텐츠 산업의 뿌리가 흔들 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게임업계, 새 플랫폼 도전·인식 개선 활동 등 투자 '찬물'= VR·AR(가상·증강현실) 등 차세대 게임 기술에 대한 투자와 대응력도 떨어질 수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 해외 게임 업체들은 VR과 AR 등 차세대 플랫폼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 역시 관련 신기술 개발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고 시동을 거는 중이었다.

NHN (22,900원 ▼100 -0.43%)은 계열사인 NHN캐피털을 통해 VR·AR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올해 여주인공과 VR 공간에서 데이트할 수 있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포커스온유’와 이용자가 도둑이 돼 중세시대 성에서 발생한 사건을 풀어가는 ‘로건’ 등 VR신작을 출시할 예정이다. 그외 펄어비스는 북미·유럽 시장에서 콘솔 게임을 출시하며 성과를 올리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WHO의 게임 질병 등재로 게임 산업 성장이 정체되면 차세대 기술에 대한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임 업계가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진행해왔으나 WHO의 결정으로 게임업계에 대한 인식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등은 아예 재단을 만들어 운영하며 아동 후원, 기부 등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게임업계 빅3를 비롯한 주요 업체들이 연내 포괄임금제를 시행해 근무환경 개선에도 앞장 서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게임 과몰입이 치료의 영역으로 구분돼 버리면 게임사 입장에서 게임의 순기능 등을 홍보할 수 있는 활동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