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째 유공자 초청한 文…"보훈이 안보이자 통합의 구심점"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 입장하며 박희모 6.25 참전유공자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2019.06.04. [email protected]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을 이틀 앞두고 천안함·연평해전 전사자 유족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보훈'과 '안보'를 통한 통합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 내외의 국가유공자·보훈가족 초청은 벌써 9번째로, 보수 담론에서의 우위도 점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을 가졌다.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가 부제였다. 6·25 전사자 및 유해발굴자 유족, 천안함 피격 희생자 유족, 제2연평해전 희생자 유족, 강원도 산불피해 보훈 대상자 등 총 240여명이 참석했다.


제2연평해전 때 전사한 고(故) 한상국 상사의 부인 김한나씨, 6·25전쟁 당시 전사한 고(故) 김재권 이등중사의 아들 김성택씨, 베트남 파병 당시 전투 중 총상을 입었다가 1972년 독일 세계척추장애인올림픽에서 금메달(탁구)을 딴 송신남씨 등이 이날 청와대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평화가 절실한 우리에게, 보훈은 제2의 안보다. 보훈이 잘 이뤄질 때 국민의 안보의식은 더욱 확고해지고, 평화의 토대도 그만큼 두터워질 것"이라며 "국가는 복무 중의 장애로 고통 받고 있는 상이자와 가족들이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훈은 국민통합의 구심점이다. 정부는 국가유공자와 가족, 후손까지 합당하게 예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독립, 호국, 민주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애국의 세 기둥이다. 정부는 지난해 ‘국가보훈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독립’과 ‘호국’과 ‘민주’를 선양사업의 핵심으로 선정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유공자와 가족에 대한 보상과 예우는 개인을 넘어 공동체의 품위를 높이고, 국가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라며 "아직도 부족한 점들이 많다. 국가유공자들이 우리 곁에 계실 때 국가가 할 수 있는 보상과 예우를 다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예산을 투입하여,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의 마음을 보듬는 정부가 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 앞에는 더 나은 경제, 더 좋은 민주주의, 더 확고한 평화를 향한 새로운 100년의 길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성공했듯이, 새로운 100년도 우리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며 "나라와 국민을 위한 참전용사와 민주화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이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전해질 때 새로운 100년의 길은 희망이 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가유공자·독립유공자·보훈가족 행사 및 정책에 공을 들여왔다. 문 대통령 내외가 마련한 유공자 초청 행사는 2017년 4차례, 2018년 2차례, 그리고 올해 3차례로 총 9차례다. 취임 직후 보훈처를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 강화·확대를 내세워온 문 대통령이다. 국가유공자 사전 안장심사제도 도입, 제주국립묘지 및 강원권·전북권 보훈요양원 사업 등도 추진 중이다.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대우를 격상하면서, 자연스럽게 '안보' 이슈를 주도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중도보수 진영까지 정권의 지지기반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한반도 평화정책 추진에 따라 제기될 수 있는 '안보 홀대론'도 반박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셈이다. 실제 이날 박종길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장은 "대통령님의 국정 운영을 전폭 지지하고,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청와대에서 가장 보수적인 인물"이라는 말을 듣는 문 대통령 개인의 특성이 잘 드러난 면모라는 해석도 있다. 문 대통령 자신부터 특전사 출신으로, 안보 이슈를 그 누구보다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을 통해 대한민국이 헤쳐온 고난과 역경의 역사를 기억한다"며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여러분의 이야기가 어제의 역사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오늘의 역사가 되도록 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초청 오찬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2019.06.04.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