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4개 병명'→'포괄적 질환'…존엄사 결정권 강화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된 지난해 2월 서울 한 대형병원 완화의료병동에서 보호자가 복도를 오가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앞으로 말기환자는 전문 병동에서뿐 아니라 집에서도 완화의료(호스피스)를 받을 수 있다. 병원이 아닌 원하는 곳에서 임종을 맞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병원에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연명의료결정을 상담·계획할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제1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2019~2023)'을 24일 발표했다. 종합계획은 국민의 60.2%가 집에서 임종을 맞기를 원하지만, 실제 환자의 76.2%가 병원에서 사망하는 현실에 착안해 마련됐다.


복지부는 전문 병동에서만 받을 수 있는 호스피스 서비스를 집, 일반병동 등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5년 동안 집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는 '가정형' 기관을 33개에서 60개로, 전문병원이 아닌 일반병동이나 응급실을 대상으로 한 '자문형' 기관을 25개에서 50개로 확대한다. 정부는 현재 가정형, 자문형, 소아청소년형 등 여러 서비스를 시범사업 중이다. 또 외래형, 지역사회형 등 새로운 유형을 추가로 개발할 방침이다.

호스피스 대상 기준은 △암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간경화 등 4개 질환(진단명)에서 폐, 간 등 장기별 질환군으로 넓힌다. 예를 들어 폐 기능 약화에 의한 호흡장애를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이라는 특정 질환에 국한하지 않고 환자 상태를 포괄적으로 보는 식이다. 만성간경화증도 진단명이 아닌, 간에 주목해 만성간부전으로 넓게 적용한다.

복지부는 더 나아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심혈관질환, 간경변, 당뇨, 치매, 류마티스관절염 등 성인 13개, 소아 8개 질환으로 호스피스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연명의료 결정제도 활성화를 위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 병원을 198개에서 2023년까지 800개로 늘린다. 연명의료에 관한 본인 의사를 미리 밝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거주지에서 작성할 수 있도록 보건소, 병원 등 등록기관도 확대한다.

호스피스·연명의료 결정제도를 체계화하기 위해 '생애말기돌봄 전략' 수립도 추진한다. 의료기관에서 질환과 관계없이 생애 말기 환자 대상 통증 관리, 임종 관리 등을 제공하는 일반완화의료 모형을 내년부터 개발한다. 임종 환자의 임종실(1인실) 이용 건강보험 적용, 통증 관리를 위한 마약성 진통제 별도 보상 등 생애 말기 건강보험 지원도 추진한다. 권역별 호스피스센터 수는 8개소에서 단계적으로 늘린다.

윤태호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생애 말기에는 환자와 가족의 신체적·심리적 고통이 급증하는 만큼 의료·복지 돌봄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호스피스 서비스 확충, 연명의료 결정제도 정착 등 생애말기에 대한 체계적 지원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