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스테이트 세운’ 분양 전격 연기…후분양제 가닥

힐스테이트 세운 단지 투시도. /사진제공=현대엔지니어링

서울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지정 13년 만에 첫 주택 단지로 주목받은 ‘힐스테이트 세운’ 분양 일정이 전격 연기됐다. 도심 한복판 알짜 부지임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비현실적인 분양보증 가격을 제안하자 손실을 우려한 시행사가 이에 불복하고 아예 후분양제로 방향을 틀었다.

26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오는 28일 서울역 인근 용산구 갈월동 5-11에 견본주택을 열 예정이었던 ‘힐스테이트 세운’ 분양 일정이 연기됐다. 분양 관계자는 “분양가격 문제로 HUG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예정대로 분양 일정을 추진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사업 시행자 더센터시티주식회사는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과 후분양제 추진을 위한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힐스테이트 세운은 세운재개발 중심지인 중구 입정동 세운3-1, 3-4·5구역에 최고 27층, 998가구(일반분양 899가구) 규모 주상복합 단지로 조성될 계획이었다.

이번에 분양 일정이 취소된 이유는 HUG와의 분양가 조율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시행사는 3.3㎡당 약 3200만원의 분양가를 책정했으나 HUG는 이보다 약 500만원 낮은 3.3㎡당 2740만원을 보증가격으로 제시했다.

그동안 이 사업에 투입된 제반 비용과 PF(프로젝트파이낸싱) 금액 규모는 약 3500억원 수준인데 HUG가 제안한 가격으로 분양시 약 1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게 시행사 측의 설명이다.

양측의 분양가 격차가 컸던 이유는 힐스테이트 세운 반경 1km 이내에 새로 분양하거나 입주한 새 아파트가 없기 때문이다.

HUG는 2009년 12월 입주한 충무로4가 ‘남산센트럴자이’ 시세(3.3㎡당 약 2200만원)를 반영해 분양보증 가격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행사는 지은지 10년이 넘는 300가구 미만 구축 단지와 신축 대단지 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반박한다. 이에 2016년 8월 입주한 순화동 ‘덕수궁 롯데캐슬’(3.3㎡당 약 3500만원)을 비교 대상에 포함시켜달라고 했지만 사업지와 2km 가량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HUG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HUG가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사업지 반경 3~5km 거리에 있는 단지까지 가격을 비교해 분양가를 책정하면서 유독 이 지역만 ‘반경 1km’ 룰을 고수했다”며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기준도 원칙도 없는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일각에선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저점을 찍고 반등하자 정부 차원에서 HUG에 압박을 넣은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힐스테이트 세운은 당초 2022년 하반기 입주 예정이었다. 만약 후분양이 확정되면 분양은 약 2년, 준공 시점은 3~6개월 가량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업 일정이 지연되면 관련 금융비용 부담이 늘면서 분양가 추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결국 실수요자 부담만 가중되는 셈이다.

세운 재개발 첫 분양 단지부터 HUG 분양가 책정에 발목이 잡히자 후속 정비사업 추진 단지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HUG의 대응은 집값 안정을 위해 도심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정부와 서울시의 정책과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