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인증으로 매출 20% 늘었다?…아리송한 통계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환경부의 친환경 표지 /사진제공=환경부

'친환경 인증으로 제품 매출 평균 20% 향상'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16일 발표한 보도자료 제목이다. 친환경 인증(환경표지)을 받은 제품의 매출액이 평균 20%씩 증가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통계를 내는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다. 결과적으로 과한 해석이다.

통계의 근거는 환경산업기술원이 최근 실시한 '환경표지 제도 정책만족도' 조사다. 환경표지 인증을 받은 956개 기업이 설문에 응했다. 이 중 매출이 증가했다고 답한 기업은 852개(89.1%)다.

평균 매출이 20% 증가했다는 통계도 여기서 나왔다. 환경산업기술원은 매출 증가율의 분모에 매출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기업 852개만 넣었다. 852개 기업들의 매출 평균 증가율이 20.1%였다.

하지만 매출이 증가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104개 기업은 통계에서 아예 제외했다. 이는 일반적인 통계 산출 방식이 아니다. 통상 매출 증가율을 따질 때 분모에 모든 조사대상 기업을 포함한다.

가령 A펀드와 B펀드, C펀드의 수익률이 각각 0%, 2%, 4%라고 가정하자. 환경산업기술원의 논리대로라면 전체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B펀드와 C펀드만 계산해 3%다. A펀드를 제외하고 이렇게 수익률을 내는 경우는 없다.

매출 증가의 기준도 모호하다. 환경산업기술원은 환경표지 인증을 받은 전후의 연평균 매출 증가율인지 설문에 명시하지 않았다. 경기 등 외부 경기 요인 역시 반영하지 않았다. 단순히 기업들의 인식만 조사한 것에 불과하다.

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정성적인 평가로 설문을 진행하다보니 경기 변수 등은 감안하지 않았다"며 "경기가 어려운데도 매출이 증가했기 때문에 친환경 제품 인증으로 매출이 더 증가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환경산업기술원이 보도자료에 인용한 한국표준협회의 '환경인증제도 동향조사 및 성과분석 연구'도 해석의 여지는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환경표지 인증을 받은 2034개 기업의 매출 증가 효과는 1조1980억원이다.

즉 5년 동안 1개 기업당 평균 5억8898만원의 매출이 증가했다는 건데, 1년으로 환산하면 평균 매출 증가 효과는 1억1779만원이다. 개별 기업별로는 생각보다 크지 않은 규모인데, 보도자료에는 매출 증가 총액만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