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교도소 가려고"? 프로파일러가 본 이춘재 자백

화성연쇄살인사건용의자 이춘재 고교졸업 사진 / 사진제공=한국일보

화성 연쇄살인사건 용의자 이춘재(56·사진)가 수사 대상으로 오른 9건을 포함해 살인사건 14건 범행을 자백했다. 여기에 화성 일대에서 일어난 강간·강간미수 등 30여건을 추가로 시인하며 자백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이에 대해 강력범 심리와 행동 분석 등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프로파일러는 "본인 이익을 위해 움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로파일러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2일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이춘재의 자백배경에 대해 "이익을 위해 움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 교수는 "이춘재도 가석방이 물 건너갔다는 것을 안다"며 "추가범행을 말 안 하면 지속적으로 조사받을 가능성이 크니 말해준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냈다.


배상훈 교수는 이어 "이춘재가 (지금 있는) 부산에서 다른 지역으로 교도소를 옮기고자 자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분석했다. 어차피 평생 감옥에서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자백 대가로 현재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보다 시설이 더 좋거나 고향과 가까운 교도소로 옮겨달라는 요구를 했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배 교수는 "어차피 더 넓은 교도소에서 생활하고 싶고, 경찰은 이춘재의 범행 사실을 알아내야 하니 서로 원하는 것이 맞아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시설이 좋고 가족이 면회 오기도 편한 여주교도소 등으로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춘재의 교도소 이감 계획에 대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측은 "대상자(이춘재)의 심리적 안정이 중요하다"며 "내부적 검토를 했으나 심리적 안정이 중요하다는 판단아래 법무부에 이감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필요할 경우 이감 요청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여지를 뒀다.


배 교수는 이춘재가 범행을 과장해 말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저지르지 않은 범행을 진술하거나 범죄 규모를 부풀릴 수 있다"며 "'내가 좋은 것을 줬으니 내가 원하는 것도 확실히 달라'는 식으로 요구할 수 있다"고 주의를 줬다.

한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는 이날 이춘재가 살인 14건 및 강간·강간미수 범행 30여건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이춘재는 10건의 화성 사건 중 모방범죄로 결론 난 8차 사건을 제외한 9건 가운데 3건(5·7·9차) 용의자로 추정됐다. 경찰은 5·7·9차 사건 증거에서 나온 DNA(유전자) 분석 결과 이씨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최근 DNA 검사에서 4차 사건 증거물에서 나온 DNA가 이춘재와 일치한다는 분석결과를 확보, 이씨의 자백을 이끌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