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쿠르드 공격 터키 제재…리라가치 폭락·증시 급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공격을 감행한 터키를 막기 위해 터키 정부 관료를 제재하고 터키산 철강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 터키 정부에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특사로 보내 협상키로 했다. 미국의 제재 여파로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터키 경제가 출렁였다.

◇터키산 철강 50% 관세=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곧 시리아 북부 침공을 강행한 터키 정부 관계자를 제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며 "터키산 철강에 대한 관세도 다시 50%로 올리고, 상무부 주도로 터키와 진행하고 있는 1000억달러(약 118조5500억원) 규모의 무역 협상도 중단하겠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 쿠르드 무장조직 지원 혐의로 터키에 억류됐던 자국 국적 앤드루 브런슨 목사가 석방되자 터키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기존 50%에서 25%로 낮췄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각한 인권 유린과 휴전 방해, 추방자 귀환 제한, 난민 강제 송환, 시리아 평화와 안보 위협 등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추가로 부과할 것"이라며 "이번 행정명령에는 금융 제재와 자산 동결, 미국 입국 금지 등의 광범위한 조처가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시리아에서 극악무도한 행위를 하고, 이를 위해 자금을 대는 세력을 겨냥한 경제적 제재를 공격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터키 지도자가 (쿠르드 공격이라는) 위험하고 파멸적인 경로를 계속 걷는다면 터키 경제를 신속하게 파괴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의 제재 발표 이후 터키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이날 리라/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59% 오른 5.9301리라를 기록했다. 그만큼 리라화 가치가 낮아졌다는 의미다. 리라/달러 환율은 미국이 시리아 북부 철군을 선언한 지난 7일 이후 지금까지 4% 넘게 올랐다. 증시는 더 큰 충격을 받았다. 터키 대표 주가지수인 보르사이스탄불100지수는 이날 5.1% 급락한 9만3981.39로 장을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파트너와 함께 ISIS(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 'IS'의 옛 이름)가 점령한 지역을 100% 해방시켰다"면서 "시리아에서 철수하는 병력은 지역 내 재배치돼 IS 위협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기승을 부렸던 2014년 상황 재현을 막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터키는 (IS를 격퇴한) 성과를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며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과 인프라 파괴, 소수집단 공격 등은 좌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 터키 제재 성명. /사진=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펜스, 특사로 터키 파견=트럼프 대통령 성명 발표 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터키에 대한 제재에 대해 설명했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레지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전화를 걸어 시리아 침공 중단과 즉시 휴전을 촉구했다"면서 자신이 특사로 터키에 가게 됐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시리아에서 벌어진 폭력사태를 끝내기 위해 터키로 가라고 했다"면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곧 터키로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터키 국방부와 내무부, 에너지부 등 3개 부처 장관을 제재한다"며 "(제재 대상과) 상당한 거래를 하는 그 어떤 금융기관도 1차, 2차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제재는 매우 강력하지만, 터키가 연료를 구매하는 것은 계속 허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BS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터키 제재 결정은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미군의 시리아 철군 결정을 뒤집기로 합의한 직후 발표됐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관한 탄핵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화당의 지원이 필요한데, 시리아 철군은 트럼프 대통령의 그 어느 정책보다 공화당의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