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성장' 몸단 정부, 6년만에 금리인하 요청하나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정부가 경기방어를 위해 가용한 정책수단 총동원령을 내렸다. 필요하면 한국은행의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위해 6년여 만에 법으로 보장된 '열석발언권'도 꺼내들 기세다.

27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정부는 연간 2% 성장을 위해선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규모가 정해져 있는 재정의 경우 지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내수를 살리기 위해선 재정정책과 함께 통화정책이 조화를 이루는 이른바 '폴리시 믹스(Policy Mix)'가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소신이기도 하다.


때문에 한국은행법 91조에 규정된 기재부의 '열석발언권'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열석발언권이란 기획재정부 차관이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금융통화위에 나와 발언을 하는 제도다. 직접적인 금리인하 요구가 없더라도 정부정책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도 금통위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어 한은의 독립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열석발언권은 1999년 6월 이후 10여년 넘게 행사되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됐었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10월 기재부가 다시 행사한 이후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4월까지 기재부 관료가 금통위에 참여해 발언권을 행사했다. 이후 기재부가 열석발언권을 행사한 경우는 아직까지 없다.

하지만 최근 기류가 달라졌다. 최근 국감에서 열석발언권 행사여부를 묻는 질의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아직까지 활용을 안 하는 게 상황상 맞겠다 싶어 행사하지 않는다"면서 "필요한 상황이 오면 제도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경기가 더 좋지 않은 상황으로 빠져들면 열석발언권을 활용해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시 정부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가 사실상 사문화하다시피한 열석발언권을 다시 도마에 올린 건 최근 경제상황이 엄중하다고 보고 있어서다.

올 3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전기대비)은 0.4%다. 산술적으로 연간 2% 성장을 위해선 4분기 1.0%에 근접한 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 일단 정부는 쓸수 있는 만큼 재정을 다 쓰겠다는 입장이다. 3분기까지 본 예산 대비 재정지출 비율은 78.5%다. 금액으론 370조원인데, 이는 4분기에 중앙정부가 쓸수 있는 돈이 101조6000억원 정도라는 얘기다.

이마저도 사업 시기 조정에 따라 불가피한 이월이나 애초에 잘못 세운 계획에 따른 불용 등을 감안하면 쓸수 있는 돈은 다소 줄어든다. 정부는 이러한 이·불용 예산을 본예산 대비 2%대로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인데, 이를 감안하면 4분기 실제 쓸수 있는 돈은 88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문제는 정부 재정투입만으로는 쉽지 않은 상황에 몰렸다는 점이다. 정부재정이 성장률에 기여한 정도를 뜻하는 정부성장기여도는 2분기 1.2%p(포인트), 3분기 0.2%p를 기록했다. 반면 민간은 -0.2%p, 0.2%p다. 2분기(1%)와 3분기 성장률 변수를 만든건 재정지출이라는 얘기다. 특히 3분기 민간소비 성장기여도는 0.0%p였다. 성장에 대한 기여는 없고 현상유지만 했다는 얘기다.

4분기 재정지출 여력이 충분치 않다면 민간부문을 견인할 다른 유인이 있어야한다. 이달 16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p 내린 게 처방이다. 금리가 낮아진 만큼 경제주체들의 소비여력이 커진다.

하지만 3분기 성장률이 기대에 못미치자 정치권과 정부일각에선 더 내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주열 총재에게 "(지난 금통위에서)금리를 0.5%P 내렸어야 한것 아니냐"고 따져 물은 게 대표적이다. 이에 앞서 이주열 총재는 "필요시 금융경제 상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은 남아있다"고 말했다.

한은 입장에선 열석발언권이라는 단어 자체만으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 열석발언권 행사를 하지 않더라도 가능성만 내비친 것만으로도 상당한 금리인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열석발언권 행사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것만으로도 정부가 시그널을 줬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면서 "연내 추가 인하가능성을 포함해 향후 경제상황에 따라 0.25~0.5%p 금리를 낮출 수도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