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덮친 블랙먼데이, 경기침체 신호탄인가

뉴욕증시가 코로나19(COVID-19)와 국제유가 급락이라는 더블펀치를 맞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이 11년간 계속된 강세장을 끝내고 경기침체 국면으로 돌아서는 신호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된다.

아시아 주요증시는 각국 대책효과로 반등에 성공했으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V자' 반등이 가능하다는 전망과 장기 침체국면 진입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일단 시중자금은 안전자산 '대피처'인 국채와 금으로 몰린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13.76포인트(7.79%) 폭락한 2만3851.02를 기록했다.

다우지수가 2000포인트 넘게 떨어진 것은 처음으로, 포인트로는 역대 최대 하락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624.94포인트(7.29%) 떨어진 7950.68로 마감했다.

개장 4분 만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7% 이상 급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거래가 15분간 중단되기도 했다. 뉴욕증시에서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건 '피의 월요일'로 불린 1997년 10월27일 이후 약 22년여만에 처음이다.


안전자산을 대표하는 미 국채로는 오히려 돈이 몰렸다. 미 국채시장의 벤치마크인 10년물 수익률은 0.56%선까지 떨어지며 사상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채권 수익률 하락은 채권으로 수요가 몰려 채권 가격이 오르는 것을 뜻한다.

유럽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주요증시 낙폭은 △영국 FTSE 100(7.69%) △프랑스 CAC40(8.39%) △독일 DAX 30(7.94%) △범유럽 유로스톡스 50(8.45%) 등이다. FTSE 100의 낙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최대다.

이후 열린 아시아 증시는 다소 냉정을 찾았다. 각국 정부가 기민한 대응에 나섰고, 단기낙폭이 지나치게 컸다는 인식이 커지며 소폭 반등했다.

10일 증시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8.16포인트(0.42%) 오른 1962.93에 마쳤고 코스닥지수는 5.37포인트(0.87%) 반등한 619.97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11.0원 내린 1193.2원에 마감했다.

일본 니케이225는 0.85% 반등했고 대만가권, 항셍, 심천, 상하이종합 지수 등도 1~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아시아 증시는 전날 4~5%가량 하락하는 등 선조정이 이뤄졌고 S&P와 나스닥 야간선물도 반등하며 불안감이 진정됐다. 각국 대책도 영향을 미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시간제 노동자 급여세 인하 △항공·호텔·크루즈 산업 등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2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고 17~18일에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린다.

한국 정부도 대책을 예고했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금융감독원 및 유관기관과 '코로나19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었고 10일에는 추가로 공매도 대책을 내왔다.

공매도 과열 종목 범위를 넓히고, 일정 기간 공매도를 금지하는 조치가 3개월간 운영된다. 한국은행도 대출정책, 공개시장운영 등 가능한 정책수단을 적극 활용해 금융안정을 도모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하는 추세이고 각국 정부가 강력한 경기부양 정책을 준비하고 있어 V자 반등이 가능하다는 의견과 글로벌 경기둔화와 증시하락이 본격화될 것이란 시각이 맞서는 중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가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증시 동반급락으로 주식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졌고 각국의 정책이 가동되면 주식시장이 V자 형태로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약세는 단순한 투자심리 위축이 아니며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 주가에 반영되는 과정"이라며 "올해 코스피 평균지수는 1940으로 예상되며 현금보율 비중을 높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