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호의법정필담]정경심 재판에 등장한 양복과 사이다, 지갑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

지난 30일 오후부터 진행된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에 대한 정경심측 변호인단의 반대신문은 다소 어수선했다. 검찰이야 조사과정에서 이미 드러난 혐의를 다시 한번 확인하면 되지만, 피고인측은 증인 진술에 대해 신빙성을 탄핵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보다 어려운 변론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날은 이를 감안하더라도 유독 핵심을 찌르지 못했다.

변호인은 "아들 조모씨 수료증에 최성해 이름이 있긴 한데 어학원장이 쓰는 직인이고, 검사가 물어서 증인 모른다고 했고, 날짜가 2012년 8월 5일인데 당시 문제가 될 수료증을 작성할 이유가 있었을까?"라고 하자 재판장이 "질문 취지가 뭐에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라고 다그쳤다. 그러자 "그럼 생략할게. 다음 질문" 식이었다.


다른 질문들 역시, 재판장의 제지를 받으면 변호인은 설명 없이 금방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최 전 총장의 아들과 조국 전 장관 딸 사이에 이뤄진 '소개팅' 정황에 대한 질의 내용도 다소 어색했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정 교수에게 "양복을 한 벌 해주고 싶어 재단사를 보내겠다"고 했다든지, "아들이 천연사이다를 좋아해 한 박스 보내주고 싶었다"든지, "딸을 만나 오렌지색 타조 가죽 지갑을 선물했다"는 내용의 질의 역시 마찬가지였다.

"딸 조모씨를 며느리 삼고 싶다고 말한 적 있냐" "딸 사진을 받아 핸드폰에 갖고 있었다던데" 식의, 입시비리 혐의와 동떨어진 질문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법정 현장에 있던 기자들 사이에선 "변론이 점점 산으로 간다"는 말까지 나왔다.

청탁부분 역시 "동양대가 대학 구조조정 대상(재정지원 제한)에 오르자 A교수를 통해 동양대 역량 진단 평가에 힘써달라고 청탁한 적이 있냐"고 질의해 "없다"는 답변만 이끌어냈을 뿐 이를 입증하거나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진 못했다.


변호인측 입장에서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다. '어학교육원 2012-1호'라는 일련번호가 기재된 상장(총장 명의)이 나갔다는 공문을 증거로 제시한 부분한 부분이다. 앞서 최 전 총장은 딸 조모씨가 어학교육원에서 최우수 봉사상을 받은 데 대해 "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변호인이 옥모씨라는 사람이 2012년 7월, 동양대 어학교육원에서 청소년 인문학 프로그램 2기 수료 후 받은 상장을 보여주며 "최우수 노력상을 받았다"고 하자, 최 전 총장은 "어학원에서 임의로 나갔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검찰은 상장이 아니라 수료증 문안만 첨부된 거라고 반박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전체적으로 증인이 모두 다 기억해서 증언하는 게 아니고 딸·아들의 상장이 만약 정상적으로 나갔다면 (아는 사이라) 기억 못할 리 없다라고 전제하고 말하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재판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최 전 총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다소 맥빠지게 끝나면서 정 교수측의 향후 재판 전략이 '위법 수집증거'에 방점을 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법조계에선 보고 있다.

변호인측은 그동안 재판에서 증거의 위법성을 입증하기 위한 질의를 다수 했고 어느 정도 의심이 가는 부분이 부각되기도 했다. 정 교수측은 지난주 공판에서 검찰이 (총장 직인 파일이 들어있는) 동양대 PC 2대를 임의제출받는 과정에서 당시 압수수색 현장에 있던 조교로부터 "불러주는 대로 작성했다"는 진술을 얻어냈다.

형사소송법 108조는 '검찰이 임의제출된 물건의 경우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정 교수측은 △공소제기 후 압수수색이며 △영장에 제시된 동양대 집무실이 아닌 강사휴게실에서 PC를 가져왔고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압박이 있었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 바 있다. 향후 공판에서도 이를 뒷받침할만한 변론을 이어갈 거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