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은퇴, 두 아들 전면에…셀트리온2.0 시대 활짝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회장(왼쪽)과 서준석 셀트리온 이사. /사진제공=셀트리온

서정진 셀트리온 (189,500원 ▼2,000 -1.04%) 명예회장이 물러나고 대신 두 아들이 전면에 등장했다. 사업구조 재편과 맞물려 후계 구도가 형성되며 본격적인 '셀트리온2.0' 시대가 열렸다.

서 명예회장은 기업가 정신, 기업의 소유와 경영 분리, 애국심 등을 강조하며 주주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서진석 수석부사장·서준석 이사 사내이사 선임셀트리온은 26일 인천광역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한 제30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서 명예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제품개발부문장(수석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승인했다. 이 외에 제30기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 승인의 건이 모두 의결됐다.

이날 동시에 열린 셀트리온헬스케어 (75,900원 ▼4,500 -5.60%) 주주총회에선 서 명예회장의 차남인 서준석 셀트리온 운영지원담당장(이사)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 등을 승인했다.

이를 통해 셀트리온 이사회에 서진석 수석부사장,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에 서준석 이사가 합류했다. 앞으로 이사회를 통해 서진석 수석부사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95,000원 ▼800 -0.84%)의 이사회 의장, 서준석 이사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이사회 의장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두 아들이 대표이사를 맡지 않지만, 이사회에 참여하며 사실상 경영 전반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서진석 수석부사장은 1984년생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 박사로, 셀트리온에서 R&D(연구개발)본부, 생명공학1연구소장,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 등을 역임했다.

서준석 이사는 1987년생이다. 인하대학교 생물공학 박사로, 셀트리온 제품개발본부, 경영지원실 등을 거쳤다.

서 명예회장의 두 아들이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향후 그룹 경영 전반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합병 절차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또 투자, 신약 개발, 마케팅 등 그룹 전반의 굵직한 경영 사안에 대해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 위탁생산(CMO) 회사로 출발한 셀트리온은 최근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코로나19(COVID-19) 치료제 등 신약 개발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서 명예회장의 은퇴와 두 아들의 이사회 참여가 셀트리온 그룹의 글로벌 제약기업 도약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부회장)는 "회사 살림살이는 전문경영인이 열심히 하고, 이사회엔 그룹의 투자 등 의사결정에 전문가 집단이 많을수록 좋다"며 "서정진 명예회장의 은퇴에 따라 적기 투자를 위해 이사회를 보강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서 명예회장은 "셀트리온 그룹의 오너 개인 의존도가 높지 않다"며 "진정한 주주 회사, 임직원 회사가 되려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역할을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 대표이사 중심으로 하고, 이사회는 승인이 필요한 의사결정에 진중하게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소유와 경영의 완벽한 분리는 아니더라도 가장 유사한 구조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 동향 및 임상결과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11.17/뉴스1

굿바이 서정진 "오너 리스크 벗어날 것…세계 10위 제약사 도약"서 명예회장은 이날 주주총회에 전화통화로 참여해 주주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했다. 본인의 경영 철학, 향후 기업 경영 방침, 주주 친화 정책 등 여러 질문에 대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성실히 답했다. 애국심과 기업가정신에 대해 수차례 강조했다.

서 명예회장은 "(우리나라에서) 국민과 기업가, 그리고 기업 간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며 "그러면 나를 버리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은퇴를 결정한 배경을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서 명예회장은 "저는 사실 뛰어난 애국자도, 뛰어난 경영 가치관을 가진 사람도 아니었다"라며 "그런데 회사가 성장하며 저도 모르게 애국자로 변하고 진정한 기업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오너가 좌지우지 하는 회사가 아니라 주주와 임직원의 회사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명예회장은 "제 은퇴는 셀트리온이 오너 리스크가 없어지고, 더 투명해지고, 많은 젊은이들이 꿈을 키우는 회사가 되기 위한 결정"이라며 "우리 국민들이 셀트리온을 국민 기업으로 생각하면 좋겠고, 그래서 내가 떠난다"며 몸을 낮췄다.

서 명예회장은 제약회사의 기본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국민 건강에 기여해야 하는 제약회사가 코로나19란 인류 재앙으로 폭리를 취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응 가능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명예회장은 "셀트리온은 변이까지 대응 가능한 항체 치료제 동물 임상에 곧 들어간다"며 "전 세계가 코로나19에서 자유로워지는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셀트리온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건 회사 이익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조국의 미래를 위해서다"라며 "코로나19 치료제로 폭리를 취하는 마케팅을 하지 않고 셀트리온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명예회장은 또 "많은 주주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로 많은 이익을 낼 거라 생각하는데, 코로나19 치료제는 일시적 제품"이라며 "인류 재앙으로 돈 버는 건 제약 회사의 기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 건강을 지키는 게 셀트리온의 가장 큰 존재 이유"라며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를 원가로 공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 명예회장은 "유럽의약품청(EMA)의 셀트리온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에 대한 사용승인 권고 결정이 한국 시간으로 오늘(26일) 밤이나 내일(27일) 새벽 공지될 것"이라며 "EMA 의견은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현재 7개 나라와 수출 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부회장)가 26일 인천광역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셀트리온 제30기 주주총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셀트리온

연내 셀트리온 그룹 3형제(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합병 절차를 완료하겠단 목표도 언급했다.

서 명예회장은 "3사의 (합병) 시너지는 100% 있다"며 "종합 제약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합병 절차를 추진하고 연내 마무리하도록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사가 합병하면 개발과 생산, 전 세계 판매망까지 갖춘 종합 제약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명예회장은 또 "향후 셀트리온홀딩스(셀트리온 최대주주)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셀트리온헬스케어 최대주주), 셀트리온스킨큐어까지 합병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안정적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 없게끔 제가 할 조치를 망설이지 않고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계획대로 파이프라인을 만들어가면 2030년까지 놀라운 성과를 보일 것"이라며 "글로벌 10위권 제약회사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