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보다 무겁다…마포 감금 피의자에 '보복살인' 적용

마포 오피스텔 감금 살인 사건의 피의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경찰이 '마포구 오피스텔 감금 살인' 사건의 피의자들에게 살인죄보다 형량이 무거운 '보복범죄 살인 혐의'를 적용한다. 피해자의 고소에 앙심을 품고 보복을 했다는 것이다.

21일 마포경찰서는 피해자를 감금하고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만든 혐의를 받는 김모씨(20)와 안모씨(20)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보복범죄의 가중처벌) 위반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피의자들은 오는 22일 검찰에 송치된다.


피해자가 지난해 11월 상해자로 피의자들을 고소했는데, 이에 대한 보복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게 경찰의 수사결과다. 특가법상 보복범죄는 형사사건 수사와 관련된 고소에 대해 보복을 할 목적으로 사람을 살해한 사람을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적용하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형법상 살인죄보다 더 무거운 처벌이 가능하다. 경찰은 "피의자가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단 사실을 인식했다고 볼만한 증거를 확보했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해 감금 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며 "또 보복목적이 인정돼 특가법위반으로 죄명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씨와 안씨에게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강요)도 적용했다. 이들은 박씨가 수사기관에 허위 진술을 하도록 강요하고, 경찰 전화를 받지 못하게 했다. 피해자는 지난 5월 이러한 강요에 못 이겨 상해죄 처벌을 원치 않는단 의견을 표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또 두 사람이 금품갈취 등을 목적으로 대구에 있던 피해자를 서울로 데려온 것에 대해 영리약취죄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또 다른 피의자 한명을 영리약취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두 사람과 함께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와 안씨에게는 공동 공갈혐의도 적용됐다.
지난해 9월부터 피해자 괴롭히기 시작..."서울 가서 일해서 빚 갚아라"피의자들은 지난해 9월 12일부터 피해자가 노트북을 파손했다는 것을 빌미로 괴롭히기 시작했다. 피해자는 피의자 중 한명과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서울에 살던 피의자들은 피해자와 변제 계약서를 작성하고, 수시로 서울로 불러들여 괴롭히고 폭행했다.

지난해 11월 4일 서울 양재파출소 경찰관이 피해자 몸에 폭행 흔적이 있는 것을 보고, 아버지에게 연락해 인계했다. 이후 피해자 가족은 피해자의 거주지인 대구 달성경찰서에 안씨와 김씨를 상해죄로 고소했다. 사건은 지난 1월 피의자 주소지가 있는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이첩됐다.

고소사건 수사가 시작되자 피의자들은 3월31일 대구로 가 "서울에 가서 일하면서 빚을 갚자"며 겁을 줘 피해자를 서울로 데려왔다. 이후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감금하고, 폭행했다. 또 이들은 휴대전화 소액결제, 피해자 명의 휴대전화를 개통해 판매해 얻은 600여만원을 갈취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가 경찰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못하게 하고, 고소를 취하한다는 문자도 경찰에 보내게 했다. 결국 영등포서는 지난 5월 해당 사건을 불송치 결정했다.

지난 1일 이들은 마포 연남동 오피스텔로 이사를했다. 이때가 피해자의 마지막 외출이다. 피의자들은 피해자를 묶어 화장실에 방치하고, 제대로 밥도 주지않아 사망에 이르게 됐다. 피해자는 지난 13일 오전 6시쯤 나체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체포된 피의자 안씨가 당시 경찰에 신고했다.

앞서 피해자에 대한 가출 신고가 두 번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가족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 대구 달성경찰서에 박씨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며 두 차례 가출 신고를 접수했다.

안씨와 김씨는 지난 1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감금 때문에 결국 사망하게 된 건 맞지만 고의를 가지고 죽음에 이르게 한 건 아니다"라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