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에 ㄱㄱ치면 'GO' 번역…'마지막 리니지'의 세계화 승부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19일 '리니지W' 글로벌 온라인 쇼케이스를 열었다. /사진=엔씨소프트

"마지막 리니지를 개발한다는 심정으로 '리니지W'를 준비했다."

엔씨소프트 (171,200원 ▼1,300 -0.75%)가 신작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리니지W로 글로벌 진출 숙원을 푼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19일 열린 리니지W 글로벌 쇼케이스에서 "1998년 리니지를 처음 선보인 후 24년간 쌓은 리니지의 모든 것을 집대성한 결정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기존 리니지 게임에 대한 아쉬움을 모두 해소했다는 설명이다.


엔씨소프트가 4년간 개발한 리니지W는 기획단계부터 세계무대를 겨냥했다. 전작들이 국내 시장에 주력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린저씨'(리니지를 하는 아저씨) 팬덤이 견고하지만, 성장은 정체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본격 눈을 돌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16%에 불과한 해외매출 비중을 끌어올릴지 관심이 쏠린다.

더욱이 엔씨소프트는 올해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년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호령하던 리니지M·리니지2M이 카카오게임즈 (21,100원 ▲200 +0.96%)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에 밀려난 후, 엔씨소프트의 실적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 62% 급감하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W 출시를 기습 발표한 배경이다.
'확' 바꾼 리니지W…24년 노하우에 AI 기술력까지 더했다

리니지W는 '글로벌 원빌드'로 구축돼 국가 단위의 글로벌 전투도 할 수 있다. /사진=엔씨소프트

리니지W는 리니지 IP(지식재산권) 정체성은 살리되 그 외 모든 것은 확 바꿨다. 기존 2차원(2D) 그래픽을 3D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홍영 리니지W 개발실장은 "최신 언리얼 엔진으로 풀(full) 3D 그래픽을 구현했다"라며 "원작에 등장하는 거대 용 '안타라스' 등 2D로는 표현하기 힘들었던 부분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리니지W는 게임명을 월드와이드(Worldwide·세계적인)에서 따온 만큼, 전장을 해외로 확대한다. 기존에는 글로벌 서비스라 하더라도 각 나라의 이용자끼리만 전투를 벌일 수 있었으나, 리니지W는 전세계인이 한 게임에서 동시에 소통할 수 있도록 '글로벌 원빌드'로 구축했다. 이에 따라 한일전 등 국가 단위의 글로벌 전투도 가능해졌다.


글로벌 서비스가 가능한 배경에는 엔씨소프트의 AI(인공지능) 기술력이 자리한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이용자들이 채팅창에서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쌍방향 번역해주는 AI 번역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특히 게임 용어나 은어도 자연스럽게 번역해주는 게 강점이다. 예컨대 한국어로 'ㄱㄱㄱ'라고 쓰면 영어로 'GO'로 번역해주는 식이다.

현재 AI 번역 엔진은 한국어·영어·일어·중국어 4개 언어의 번역만 지원하지만, 게임 출시 시점엔 새로운 언어가 추가될 전망이다. 최 실장은 "전세계 모든 언어가 자국어로 실시간 번역된다"며 "20년간 리니지를 해온 한국 이용자와 리니지를 처음 접하는 독일 이용자가 같이 게임을 하더라도 소통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확률형아이템 없어질까…신규 IP 없이 리니지 재탕·삼탕 '숙제'

리니지W에서 3D로 구현된 거대 용 '안타라스'. /사진=엔씨소프트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리니지W의 수익모델(BM)이다. 리니지 전매특허로 여겨졌던 '확률형 아이템'(뽑기형 상품)을 북미·유럽에선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장욱 엔씨소프트 IR실장은 지난 컨퍼런스콜에서 "글로벌 시장에 맞춰 리니지W BM도 새롭게 설계했다"고 밝혔으나, 이날 쇼케이스에선 관련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IP 의존도를 우려한다. 올 상반기 엔씨소프트 게임 매출(연결기준)에서 리니지 IP가 차지하는 비중은 77%다. 여기에 리니지W와 내년에 선보일 신작 '프로젝트TL'(더 리니지)까지 더해지면 리니지 의존도는 더 커질 전망이다. 24년 전 탄생한 리니지 IP가 노후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신규 IP 개발이 급선무란 지적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김 대표는 리니지는 하나의 게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리니지로 대한민국 MMORPG 지평을 연 후 리니지2는 풀 3D로, 리니지M은 모바일로 판도를 바꿨고 리니지2M은 리니지의 대중화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리니지는 어떤 하나의 게임이 아닌 대한민국 MMORPG 역사를 상징하는 대명사"라며 "리니지W로 전세계 다른 문화가 함께 호흡하는 놀이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