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먹는 약 '팍스로비드' 긴급사용승인…"입원·사망 88% 감소"

[뉴욕=AP/뉴시스] 지난 10월 화이자가 제공한 팍스로비드 알약. 2021.12.23.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국 화이자가 개발하고 한국화이자제약이 수입하는 먹는(경구용) 코로나19(COVID-19) 치료제 '팍스로비드'(성분명: 니르마트렐비르, 리토나비르)의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27일 김강립 식약처장은 " 긴급사용승인은 코로나19 확진자 수 및 위중증 환자 증가 속 환자 스스로 복용 가능한 먹는 치료제 도입 필요성에 따라 이뤄졌으며, 식약처의 안전성·효과성 검토와 전문가 자문회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 안전관리·공급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됐다"고 말했다.


팍스로비드는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되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다. 단백질 분해효소(3CL 프로테아제)를 차단해 바이러스 복제에 필요한 단백질이 생성되는 것을 막아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 특징이다. 12세 이상, 40kg 이상 환자 중 중증 진행 위험이 높은 경증·중등증 환자가 대상이다. 경증에서 중등증의 고위험 비입원환자 2246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증상발현 5일 이내 투여 시, 입원 및 사망환자 비율이 88% 감소했음이 확인됐다.

또 시험관내 시험결과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뮤 등 여러 변이 바이러스(오미크론 제외)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과가 확인됐다. 식약처는 작용기전 등을 고려할 때 팍스로비드가 오미크론 변이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이자는 긴급사용승인 이후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시험결과를 제출할 예정이다.

팍스로비드의 용법·용량은 니르마트렐비르 2정과 리토나비르 1정씩을 1일 2회(12시간마다) 5일간 복용하며, 코로나19 양성 진단을 받고 증상이 발현된 후 5일 이내에 가능한 한 빨리 투여해야 한다. 특히 병원을 찾아야 하는 주사제와 달리 재택치료 시 환자 스스로 복용이 가능해 치료선택권 증가 및 재택치료로의 방역방침 전환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질병관리청은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과정에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의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지난 22일 식약처에 팍스로비드 긴급사용승인을 요청했다. 식약처 역시 질병청 승인 요청 전인 지난달 10일부터 비임상시험·임상시험 결과, 품질자료 등을 확보해 사전검토 해왔다. 검토 과정에서 자문단으로 참여한 전문가들은 팍스로비드의 긴급사용승인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으며, 식약처가 제안한 대상 환자군의 타당성도 인정했다.

권덕철 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르면 내년 1월말부터 코로나 (경구)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긴급사용승인은 감염병 대유행 등 공중보건 위기상황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식약처장이 필요성을 인정하거나 관계 중앙행정기관장의 요청이 있는 경우, 제조·수입자가 국내에 허가되지 않은 의료제품을 공급하는 제도다. 법령에 따른 취소 사유가 없는 한 판매를 지속할 수 있는 품목 허가와 달리 공중보건 위기상황이 종료되는 경우, 사용중지 및 회수·폐기 조치될 수 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식약처는 긴급사용승인 이후에도 팍스로비드 사용과정에서 부작용 정보 수집과 추가적인 안전사용 조치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한국 화이자에 국내·외 안전성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해 보고하도록 하고, 의약전문가를 포함해 생활치료센터와 가정 등에서 치료 중인 환자들도 부작용을 신고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정비한 상태다.

이밖에 질병관리청과 협력해 팍스로비드를 사용하는 의약전문가·환자(보호자)에게 안내서를 제공하고, 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함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해 팍스로비드와 동시에 사용하면 안 되는 의약품의 정보를 제공하는 등 환자의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팍스로비드와 또 다른 경구 치료제인 머크(MSD) '몰누피라비르' 등 60만4000명분 대한 선구매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몰누피라비르 역시 국내 긴급사용승인을 검토 중이다. 특히 화이자 품목의 경우 당초 2월로 예정됐던 국내 도입시기를 1월로 앞당기기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 국내 도입과 관련된 사항은 이날 오후 질병관리청 정례브리핑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