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만 팬덤 벨리곰, '00'가 만들었다고?...3년 만에 밝혀진 비밀은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에 설치된 15m 대형 벨리곰 인형의 모습/사진= 롯데홈쇼핑

기업명을 공개하지 않고 독자적인 콘텐츠를 전개하는 방식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기업에 대한 선입견이나 거부감을 줄이면서도 채널을 더욱 다채롭게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이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설치된 15m 크기 대형 '벨리곰'이 오픈 3일 만에 방문객 50만명을 기록했다. 벨리곰이 설치된다는 소식이 빠르게 입소문을 타면서다.


2018년 탄생한 벨리곰은 3년 만에 110만명에 달하는 SNS 팬덤을 보유한 MZ세대 사이의 인기스타다. 곰 인형인 것처럼 가만히 서 있다 구경꾼을 놀라게 하는 '몰래카메라' 콘텐츠로 주목을 받았다. 벨리곰은 롯데홈쇼핑 내 MZ세대 직원들이 만든 캐릭터지만 3년 동안 '롯데'라는 기업명을 별도로 드러내지 않고 '벨리곰TV'로 활동해왔다.

롯데홈쇼핑이 기업명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는 기업 채널을 향한 시청자들의 거부감 때문이었다. 채널에 기업을 언급하는 것 자체로도 재미를 위한 영상이라기보다는 '홍보', '광고' 영상이라는 거부감을 줄 수 있어서다. 유명 PD, 제작자가 만든 콘텐츠라고 할지라도 '기업명'이 묻은 콘텐츠는 그 자체로 외면당해왔던 게 사실이다.

벨리곰TV가 '롯데홈쇼핑'을 가린 또 다른 이유는 제약 없는 콘텐츠 제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다. 기업명을 드러낼 경우 기업 이미지를 담아야 해 콘텐츠를 보수적으로 제작할 수밖에 없지만 벨리곰TV는 이 제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벨리곰TV'에서 롯데그룹의 특징을 느낄 수 없었던 것도 이 덕분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뷰티포인트'에 게재된 '핑크 덕후들 모여라!' 영상. 영상 속에 보이는 음식 모두 실제 화장품으로 제작된 것들이다./사진= 아모레퍼시픽 뷰티포인트

2017년 운영을 시작한 유튜브 채널 '뷰티포인트'도 현재 구독자 102만명을 보유한 인기 채널이지만 기업명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고 있지만 콘텐츠에선 좀처럼 발견하기 어렵다. 채널 이름도 아모레퍼시픽을 연상시키는 이름보다 브랜드 통합 멤버십 이름을 따오기도 했다.

뷰티포인트는 운영 초반엔 아모레퍼시픽을 짐작할 수 있을 만한 콘텐츠를 제작했으나 2018년 ASMR 영상인 '힐링타임즈'를 시작으로 콘텐츠에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특히 힐링타임즈는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화장품을 소재로 '화장품 부수기' 등을 통해 ASMR 영상을 제작하는 이색 콘텐츠로 인기몰이 중이다. 분홍색을 좋아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제작했던 '핑크 덕후들 모여라!' 화장품 부수기 영상은 3400만에 달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한 마켓컬리도 '컬리'라는 이름을 넣는 대신 'ch 117'이라는 이름의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내 취향에만 집중할 수 있는 사적인 시간'이라는 콘셉트로 밤 11시와 오전 7시 사이에 게스트를 초대해 인터뷰하는 방식의 콘텐츠다. 컬리가 채널에 마켓컬리라는 기업명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도 기업 채널에서 발생하는 거부감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명을 공개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기업을 홍보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순 있겠지만 심리적 거부감 때문에 빠르게 팬(충성고객)을 늘리는 게 어렵다"며 "일단 재밌는 콘텐츠로 팬을 확보하고 난 다음에 서서히 기업명을 공개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인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