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도 찾는 韓 원전…다음 목표 체코·사우디 수출에 호재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이리 베즈덱 체코전력공사 언론담당이 17일 한국 취재진에게 두코바니 원전 개요와 신규 원전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이집트에 이어 폴란드에서 원전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원전업계도 들뜨고 있다. 폴란드 수주가 성공하면 인접국가인 체코 원전 사업 수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국정 과제로 삼은 윤석열 정부의 목표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21일 폴란드 현지매체와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이르면 이달 내에 폴란드 민간 에너지기업 제팍(ZEPAK), 폴란드전력공사(PGE) 등과 신규 원전 건설사업 의향서(LOI)에 서명할 예정이다.

해당 사업은 제팍이 2024년 말 운영 중단 예정인 폴란드 중부 패트누프(Patnow) 화력발전소 부지에 원전을 짓는 프로젝트다. 사업규모는 최소 원전 2기, 사업비는 약 1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LOI 서명은 협상 초기 단계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한국이 원전 건설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부도 부인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산업부 국정감사에서 "국가 간 진행 중인 사안이라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면서도 "폴란드 원전 사업에 참여하면 상당한 쾌거고, 유럽 진출의 교두보가 되며 APR1400 원전의 다른 지역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중국은 폴란드 원전사업 파트너에서 배제된 상태다. 한국은 기술력과 계약기간 내 완공 능력, 가격 경쟁력 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이 최근 폴란드에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천무 다연장로켓을 수출하는 등 방산 협력이 활발한 것도 원전 수출에 도움이 됐다.

패트누프 원전 사업은 폴란드 정부가 현재 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인 루비아토보·코팔리노 6기 원전 건설사업과는 별개의 사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 등과 경합 중인데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루비아토보·코팔리노 사업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루비아토보·코팔리노 사업에 웨스팅하우스가 선정돼도 국내 원전기업엔 기회가 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원전 협력에 합의했다.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도 해외 원전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협력을 논의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웨스팅하우스의 주력 원자로인 AP1000 주기기를 공급해왔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산먼과 하이양 원전은 웨스팅하우스가 개발하고 두산에너빌리티가 주기기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핵심 설비를 제작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폴란드 원전 건설 사업에 두산에너빌리티가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한국이 원전을 수주한 지역은 중동 위주였는데 폴란드 원전 수출이 확정되면 유럽연합(EU) 원전 수출의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특히 한국과 미국, 프랑스 3파전 양상인 체코의 8조원 규모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사업 수주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체코 원전은 두코바니 지역에 1.2GW(기가와트) 규모의 원전 1기를 짓는 사업으로, 지난 3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EDF를 대상으로 입찰이 개시됐다. 올해 11월 중 입찰서 발송 후 2024년 중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체코는 추후 최대 3기의 추가 신규원전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이외에도 영국은 2050년까지 원전을 최대 8기까지 더 짓겠다고 발표했으며 프랑스는 2050년까지 신규 원전 6기를 건설하기로 했다. 추가로 원전 8기를 더 지을지 검토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2030년까지 1.4GW 규모의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5월 한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를 대상으로 사업 참여를 위한 입찰제안서 제출을 요구했다. 사우디는 장기적으로 16기를, UAE(아랍에미리트)는 바라카 1~4호기 외에 5·6호기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수급이 어려워진 만큼 친환경 에너지원인 원전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앞으로 전 세계에 수출할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