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학살 없다"...김기현·안철수의 '상향식공천' 공약, 실현될까?

김기현(왼쪽부터), 천하람,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7일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발표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국민의힘 전당대회 예비경선에 진출한 당대표들이 차기 총선 공약으로 당원들이 직접 지역의 후보를 뽑는 '상향식 공천'을 내걸고 있다. 공정한 공천 관리를 골자로 차기 총선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다짐이다.

그러나 상향식공천제가 이미 지난 2004년 부터 투명한 공천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됐지만 여전히 자리잡지 못한 만큼 실현 가능할 지 관심이 쏠린다.


8일 국민의힘 당대표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은 '상향식 공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상향식 공천제도는 당원들이 참여해 경선을 통해 후보자를 정하는 공천방식을 말한다. 사실상 지난 2004년 실험적으로 도입되면서 역사는 길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했다. 주요 선거의 공천과정을 살펴보면 지도부에 공천권이 집중되는 '하향식 밀실공천', '전략 공천'에 나아가는 '공천학살'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김기현 후보는 지난달 26일 마포포럼에서 공천 방침에 대해 "'상향식 공천'이 기본 원칙"이라며 "우리 당은 공천 과정에서 여러차례 실패했다. 당을 지켜오고 뿌리를 지키며 현장에서 뛰어오신 분들이 평가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진행된 비전발표에서도 김 후보는 "우리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며 "내년도 총선은 당연히 당원들이 후보를 뽑는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당원들의 목소리가 실시간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주요 사안에 대한 당원 의견조사를 실시하겠다"며 "당내 활동에 참여하시는 분들에게는 선출직의 문호를 대폭 개방할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후보 역시 그동안 주요 발언에서 "기본적으로 상향식에 찬성한다"며 호응했다. 안 후보는 이날 경기 평택시 국민의힘 평택시을당협간담회에서 "공정하게 공천을 치를 자신이 있다"고 했고, 이에 앞서 "당대표가 되더라도 친윤에 대한 공천학살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준석계 천하람 후보는 상향식공천 도입과 함께 공천 자격고사를 의무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또한 대통령의 공천 개입을 막아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구상도 제시했다.

실제로 내년 총선을 대비해 당대표가 공천에 전권을 휘두를 수 없는 상향식공천제도가 안착할지 관심사다. 더욱이 이번 전당대회가 윤심 경쟁으로 과열되면서 일각에서는 공천 역시 친윤계가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천 후보는 이날 MBC 라디오 '최경영의 시선집중'에서 "다음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윤핵관표 공천이라고 하는 딱지가 붙어 있다면 저는 총선은 해보나마나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지난해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공천제도 개혁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한 상황이다.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최재형 의원은 "상향식(공천제 도입)이라고 말하긴 이르다"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전략 공천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새로운 인물이 많이 들어올 수 있고 권력을 가진 어떤 개인의 힘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예측 가능한 공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중 한 명은 "국회에 들어와서 보니 생각보다 당 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이 몇 개 되지 않는다"며 "전체 선거구 200여개 중 150개 정도는 이미 지역 내 당협위원장 등 조직이 형성돼 있어 (당대표의 공천권이) 관철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천관리위원장이 있고 위원회 조직이 있기 때문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 심사하게 된다"며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상향식공천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후보 중) 누가 되면 공천이 깨끗하고 누가 되면 공천이 학살이 된다라기 보다 선거라는 것이 조직과 세로 치러지는데 선거를 도왔던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당대표가 되면 공천룰에 대한 결정, 공관위원장 임명권 등에 관여할 수 있는 만큼 이중 삼중으로 시스템화 하는 노력이 계속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