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퍼주기식 지원 중단"…사회적기업 '자생력' 끌어올린다

정부가 사회적기업에 대한 현금성 지원을 단계적으로 줄인다. 지원이 끊기면 근로자 고용이 중단되고 심하면 기업이 폐업하는 등 '자생력'을 잃은 지 오래라는 판단에서다. 16년간 '퍼주기식' 지원으로 사회적기업의 성장 한계에 봉착한 만큼 인건비 지원 대신 공공기관 우선 구매, 판로 지원 등을 강화한다.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설계다.

20일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내년도 사회적기업 관련 예산은 786억원 규모다. 올해 2022억원에서 61.1% 삭감된 수치다. 자생력을 기르지 못하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는 '인건비' 지원을 대폭 줄였다. 취약계층 고용은 일자리 사업으로 대신한다. 관련 예산도 증액한 상태다.


사회적기업 수는 2012년 774개소에서 지난해 3534개로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고용인원은 2012년 1개 기업당 23.6명에서 2017년 22.3명, 지난해 18.7명까지 감소추세다.

정부의 사회적기업 인건비 지원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7년 662억원에서 2019년 813억원, 올해 974억원이다. 사회적기업은 5년간 정부로부터 채용 근로자의 인건비를 지원 받을 수 있다. 예비 사회적기업의 경우 2년, 인증받은 경우 3년이다.

5년간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탓에 사회적기업의 유형 중 '일자리 제공형'이 대다수다. 사회서비스제공형 등은 전체 사회적기업에서 7.9% 수준이다.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동안은 기업이 유지되지만 지원이 끊기면 폐업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는 현실이다. 기업으로서의 역량이 부족한 탓에 정부 지원 종료 후 1년간 고용유지율은 29.2% 수준이다. 10명중 7명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의미다. 월평균 보수 또한 높지 않다. 2021년 기준 100만원 미만이 18.4%, 100만원~200만원이 34.7%다.

사회적기업이 시장 경쟁에서 한발 비켜서 있었던 탓에 기업의 규모 또한 커지지 않았다. 지난해 기준 10인 미만 소규모기업이 전체 60.8%를 차지하며 △5인 미만 30.9% △5~9인 29.9% △10~29인 26% △30~99인 10.3% △100인 이상 2.9%다. 규모와 매출면에서 사회적기업의 성공 사례를 쉽사리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 제정 이후 2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받아든 초라한 성적표다. 정부가 '자생력' 제고 위주의 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이유다. 우선 고용부는 인건비 직접 지원을 없앤다. 갑작스런 지원 중단에 따른 현장 우려를 고려해 내년도에 한해 6006명분 500억원의 예산은 편성했다.

사회적기업 취약계층 고용인원은 고령자 고용지원금, 장애인 고용장려금 등 일자리사업에 포함해 지원을 이어간다. 실제로 고용부는 이를 반영해 내년도 일자리 예산과 사회보험료 예산을 증액한 상태다. 현금성 지원을 없애면서도 사회적기업의 존립과 지속가능성 강화 차원에서 공공기관 우선 구매, 판로 지원, 세제 지원 등을 내실화한다.

13일 오후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9 취업취약계층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이력서와 구직표 등을 작성하고 있다. 2019.5.13/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