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는 재미없다? 성능·효율 두 토끼 잡은 테크닉

'모델3'의 예약을 개시하면서 또 한번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모터스. 그동안 자동차 브랜드들이 다양한 종류의 전기차를 내놨지만 유독 테슬라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성능으로 '전기차는 운전하는 재미는 없다'라는 편견을 깼기 때문이다.

이제 친환경차도 단순히 '착하기만' 해서는 안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산화탄소와 건강에 해로운 미세먼지,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적어야 하는 것은 물론 주행 능력도 뛰어나야 한다.


한때 황 함유량이 낮은 디젤을 사용하면서 여과·저감장치로 유해물질 배출을 줄인 '클린디젤'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여겨졌다. 디젤은 가솔린보다 연료 효율이 좋아 연비가 30% 정도 높고 그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적다. 하지만 지난해 폭스바겐 사태 이후 디젤의 '친환경' 이미지는 빛바랬다.

노르웨이는 오는 2025년부터 디젤 차량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프랑스 파리와 프랑스 런던시도 2020년부터 디젤 차량의 시내 주행을 통제하겠다고 밝히는 등 세계적으로 디젤차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고 있다.

디젤이 더이상 정답이 아니라는 게 명확해진 상황에서 자동차업체들은 연비와 함께 자동차 주행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간 자동차업체들이 이룩한 효율성과 성능을 동시에 높이는 '친환경차 기술'을 소개한다.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사진제공=한국토요타

◇친환경차용 4륜구동은 따로 있다 = 토요타가 최근 국내에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SUV) 라브(RAV4) 하이브리드에는 'E-4(four)'라는 기술이 적용됐다.

E-4는 토요타자동차가 개발한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하이브리드 SUV에만 들어간다. 앞바퀴는 엔진과 모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으로, 뒷바퀴는 전용 모터로 굴리는 게 핵심이다. 접지력 면에서 유리한 사륜구동 방식의 장점을 살리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고안했다.

그동안 '4륜구동'은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 개의 동력원에서 얻은 힘을 네 바퀴로 나눠 쓰기 때문에 엔진의 연료 소모가 많을 수밖에 없다. 반면 ‘E-4’ 시스템은 평소 앞바퀴만 굴리다 상황에 따라 전기 모터로 뒷바퀴를 굴리기 때문에 파워트레인에 걸리는 부하가 적고, 그만큼 연료를 아껴 쓸 수 있다.

또 힘을 앞뒤 바퀴가 나눠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더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 RAV4 하이브리드의 앞바퀴 굴림 모델의 견인능력은 800㎏인데, ‘E-4’를 갖춘 모델은 1650㎏으로 두 배 이상이다.

아울러 기존 방식에서처럼 동력을 전달할 드라이브 샤프트(기다란 원통형의 쇠막대)가 차의 앞뒤를 가로지르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무게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E-4’ 시스템은 뒷바퀴를 굴리는 전용 모터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는 발전기로 바뀐다. 회전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 일반 하이브리드 차종은 하나의 모터가 이 역할을 맡는데, ‘E-4’를 갖추면 두 개의 모터가 충전에 나서기 때문에 그만큼 배터리 충전도 빨라진다.

여기에 앞뒤 바퀴를 별도로 제어하기 때문에 한층 정교하고 섬세하게 구동력을 배분할 수 있다. 이 과정을 책임질 두뇌가 바로 ‘E-4’의 전자제어장치(ECU)다. 각종 센서가 보내는 주행속도, 가속 페달 조작, 바퀴의 회전 속도 등의 정보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상황에 맞춰 구동력을 주무른다. ‘E-4’ 시스템은 전체 구동력의 최대 60%를 뒷바퀴로 몰아줄 수 있다.

BMW i시리즈 자동차에 사용되는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CFRP)./사진제공=BMW코리아

◇ 3기통 엔진으로 슈퍼카의 성능 = 슈퍼카라고 하면 높은 배기량에 형편 없는 연비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BMW가 지난해 내놓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 i8은 이같은 편견을 깼다. 1500cc 3기통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를 장착하고 최고 출력 362마력, 최대토크 58.2 kgf·m의 힘을 낸다.

스포츠카인 포르쉐 911 카레라 4의 최고 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45.9kgf.m와 맞먹거나 우월하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도 4.4초로, 911 카레라 4의 4.3초와 비슷하다. 연비는 하이브리드 기준으로 국내 한국 공인 연비가 리터당 13.9km이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준 유럽 연비는 리터당 47.6km에 달한다.

i8은 '이피션트 다이내믹스(EfficientDynamics)라는 BMW 전략의 결과물이다. 효율성, 역동적인 파워트레인, 지능적인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의미한다. i8에는 배기가스를 재활용해 터빈을 돌려 엔진의 힘을 배가하는 트윈파워 '터보'차저 기술과 자동차용 소재로는 가장 가벼운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CFRP) 신소재 기술, 고전압 영역에서도 풍부한 토크를 내는 'eDrive' 모터 기술이 집약됐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에 최적화된 엔진 =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은 하이브리드자동차의 대표 모델이라 할 수 있는 토요타 프리우스(21.9km/ℓ)를 웃도는 리터당 22.4km의 연비를 실현했다. 힘 역시 프리우스를 능가한다. 엔진과 모터 합산 출력은 최고 141마력, 최대 토크는 27.0kgf·m를 발휘한다.

이같은 힘과 효율은 현대차가 개발한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에 비결에 있다. 엔진은 연소실 내 피스톤 지름 대비 피스톤의 왕복 거리가 길면 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이에 현대차는 피스톤 왕복 거리가 긴 '롱스트로크' 엔진을 개발해 아이오닉에 적용했다. 실린더 내 폭발 과정의 압축비를 늘린 '앳킨슨 사이클'도 적용해 효율성을 배가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또 엔진의 헤드와 블록이 한꺼번에 뜨거워지는 것을 막아 냉각 효율을 높이기 위해 분리 냉각 기술을 구현했다. 연소실 내에서 상대적으로 온도가 높은 배기밸브 부분에 열전도율이 높은 나트륨을 주입해 냉각 효율을 높였다.

친환경차는 연비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주행성능은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게 통념이었다. 아이오닉은 개발 초기부터 이러한 틀을 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고, DCT(더블 클러치 트랜스미션)로 이를 해결했다.
DCT는 두 개의 클러치를 통해 홀수 및 짝수단 기어의 동력을 번갈아 전달하는 변속기로, 차량의 연비를 한 차원 더 끌어올려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가능하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