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토리]첫 하이브리드 '프리우스' 탄생기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토요타자동차 우치야마다 회장/사진제공=토요타

1997년 12월 토요타가 일본에서 프리우스를 처음 선보였다.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 자동차였다.

프리우스의 초기 판매는 더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날로 속도가 붙었다. 누적 판매가 2008년 100만 대, 2010년 200만 대, 2013년엔 300만 대를 돌파했다.

꾸준히 진화도 거듭해 지난해 말 4세대로 다시 태어났다. 각 세대마다 프리우스는 새로운 도전을 겪었다.

프리우스의 네 차례 진화 가운데 가장 심한 진통 겪은 건 원조 1세대였다. "'21세기가 원하는 자동차'를 만들자"는 막연한 목표만 있었을 뿐 무에서 유를 창출해야 했다. 심지어 프로젝트 시작 단계에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얹겠다는 명확한 결정조차 없었다.

오기소 사토시 상무/사진제공=토요타

'프리우스의 산파'로 불리는 오기소 사토시 전 상무이사를 주축으로 1993년 9월 토요타는 'G21'이라는 프로젝트팀을 꾸렸다.

지구를 의미하는 '글로브'(Globe)의 이니셜에 21세기를 뜻하는 '21'을 붙였다. 완전한 백지 상태에서 10여 명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차세대 양산 승용차 연구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2월 G21이 한 낡은 임원 회의실 안에서 정식 출범했다. 섀시와 차체, 엔진, 구동계 전문가에 생산기술 엔지니어도 합류했다.

이 프로젝트는 '프리우스'의 뿌리였다. 2기 G21 팀장은 현 토요타자동차 회장인 우치야마다 다케시다.

프리우스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는 "팀원들과 함께 21세기에 부상할 사회적 이슈와 관련해 리스트부터 만들고 브레인스토밍을 했다"며 "그 결과 에너지와 환경, 안전 문제에 초점 맞추기로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토요타 경영진은 G21 팀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당시만해도 하이브리드카는 자동차 산업의 변방으로 치부됐지만, 경영진과 엔지니어들이 합심해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게 토요타 설명이다.

전기모터와 엔진이 결합된 하이브리드카라는 개념은 포르쉐가 19세기 말 선보였지만 양산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이후 90여 년이 지나 다른 경쟁사들이 '하이브리드카는 사업성이 없다'며 프로젝트를 접는 사이 토요타가 이 과제에 다시 도전한 것이다.

토요타 프리우스 1995년 컨셉트카/사진제공= 토요타

1994년 말부터 반년 동안 80개나 되는 하이브리드 설계안을 낱낱이 검토했고 최선은 직렬식과 병렬식의 장점을 아우른 직병렬식이라는 결론을 냈다. 파워일렉트로닉스의 진화를 감안하면 성장의 여지가 있었다. 게다가 이 방식엔 기존 변속기가 필요 없었다. 이는 훗날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일컬어진다.

프리우스는 라틴어로 '앞서가는'을 뜻한다. 프리우스는 이름 그대로 매 세대마다 진화를 거듭해 지난해 연말 4세대로 탄생했다. 프리우스는 지난 5월 말 기준 글로벌 누적판매 376만대를 넘어서며 세계 최다 판매 하이브리드 모델로 올라섰다. 프리우스 PHV(플러그인하이브리드)로 외연도 넓혀나가며 토요타는 친환경차 브랜드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