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잃은 박삼구, 금호타이어 채권단 움직일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금호타이어 자구안 이행에 실패하면 경영권은 물론 우선매수청구권까지 포기하겠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배수의 진을 치고 금호타이어를 정상화시키겠다고 나섰다. 이제 채권단이 박 회장의 자구안을 수용하느냐 여부에 따라 금호타이어의 진로가 결정된다.


채권단이 자구안을 수용하면 금호타이어는 박 회장 체제로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엔 자율협약,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12일 받은 금호타이어의 자구안에 대한 검토를 벌이고 있다.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는 산은의 검토결과를 바탕으로 다음주 중 회의를 열고 최종 수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관건은 '자구안의 신뢰도', 즉 실현가능성이다. 채권단의 박 회장에 대한 신뢰는 바닥 수준이다. 채권단은 박 회장에 대해 '실패한 경영인'이 기업의 정상화가 아니라 경영권 확보에만 주력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의 상표권을 지렛대로 삼아 사실상 금호타이어의 매각을 방해했다는 게 채권단 내부의 시각이다. 산업은행이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자구안에 대해서도 의심하는 이유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정상화의 관건인 중국 공장 매각 방안이 얼마나 실현 가능한지에도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한때 금호타이어 매출의 40%를 차지하던 중국 공장은 실적 악화로 현지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금 상환을 요구받고 있다.

중국 공장의 차입금은 약 3200억원, 이 중 1900억원이 연내 만기가 돌아온다. 중국 공장의 차입금에 대해선 대부분 본사가 연대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금호타이어에 돈을 넣어봐야 중국 공장 빚 갚는데 들어가는 구조다. 중국 공장의 근본적 해결이 금호타이어 정상화의 전제조건이 되는 셈이다.

박 회장 측은 중국 공장 3곳과 베트남 공장을 지배하고 있는 홍콩법인을 중국 법인과 베트남 법인으로 인적분할한 뒤 중국 법인의 지분 70%를 내년 3월까지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지분율 7대3의 합작법인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특히 "중국법인의 지분 매각을 위해 현재 복수의 투자자와 협의 중"이라며 "채권단에서 (협상 권한 위임에) 동의해주면 내년 3월말까지 지분 매각을 통한 합작을 성사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회장 측은 정작 투자자가 누구인지 알려달라는 산은 측의 요구에는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투자확약서(LOC)까지 받았으니 믿어달라"는게 박 회장 측의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회장이 중국 공장 매각 이전에 유상증자부터 하겠다는 것도 채권단의 의심을 사는 부분이다.

박 회장은 사모펀드(PEF)를 통해 금호타이어에 2000억원을 출자하겠다는 내용을 자구안에 포함시켰다. 2000억원을 출자하면 박 회장 측은 금호타이어 지분 약 20% 정도를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전체 지분(42.01%)에는 못 미치지만 단일 주주로는 최대주주가 될 수 있는 지분율이다.

현재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지분이 전혀 없다. 경영을 위임받아 경영만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지분 없는 박 회장'과 '최대주주 박 회장'은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 채권단이 박 회장의 자구안을 수용하더라도 '선(先) 중국 매각, 후(後) 유상증자'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채권단이 박 회장의 자구안이 의심스럽다고 하더라도 선뜻 내치기도 어렵다는 게 문제다. 이후 구조조정 과정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박 회장 측이 금호타이어의 상표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상표권'은 채권단이 금호타이어를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을 시도하던 과정에서 끝까지 발목을 잡았던 문제다. 이 때문에 금융권 일부에선 채권단이 자구안을 수용하더라도 '선(先) 중국 매각, 후(後) 유상증자'와 함께 상표권 문제의 향후 처리 방법도 박 회장 측과 합의를 거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