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폭스바겐 등 세계 1등 기업들의 '기만(欺瞞)'

구형 아이폰의 작동 속도를 의도적으로 저하시킨 애플의 이른바 '배터리 게이트'가 세계 각지에서 집단소송으로 비화하면서 '세계 일등' 기업들의 소비자 기만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애플 외에 폭스바겐, 토요타, 고베제강 등 '글로벌 톱' 기업들의 소비자 기만 사례는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이들 기업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이어졌다.


애플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아이폰이 예상치 못하게 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작동 속도를 일부러 떨어뜨렸다고 시인했다. 일부 커뮤니티와 언론의 문제 제기가 나오자 공식 성명을 통해 아이폰6와 아이폰6S의 전원이 갑자기 꺼지는 현상이 잇따라 나타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폰 성능을 저하하는 아이폰 운영체제(iOS) 새 버전(10.2.1)을 배포했다고 뒤늦게 해명한 것이다.

판매량 기준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인 독일 폭스바겐은 지난 2015년 9월 전 세계에 판매한 경유차 1100만대에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었다. 전 세계가 주목한 '디젤 게이트'로 미국, 영국, 독일은 물론 국내에서도 집단소송이 현재 진행 중이며, 올초 미국에서 벌금 43억달러(약 4조8000억원)을 냈다.

당시 폭스바겐은 환경 당국의 검사 때 배출가스를 덜 내보내도록 조작 설계한 소프트웨어를 디젤차에 장착했다. 서류 위조가 아닌 직접적인 장치 조작을 한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독일 다임러 그룹도 올해 7월 배출가스 조작 소프트웨어 장착 디젤차를 100만대 이상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아 유럽 전역에서 메르세데스-벤츠 디젤 차량 300만대를 자발적으로 리콜했다.

질소산화물 같은 유해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전 유럽에 걸쳐 '유로 5'와 '유로6' 표준으로 제작된 벤츠 디젤 차량 대부분의 엔진 소프트웨어를 무료 정비해주기로 한 것이다.

지난 10월 일본 철강 3위, 알루미늄 2위 업체인 고베제강의 품질조작 문제는 '메이드인 재팬' 일본 제조업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낳으면서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다.

고베제강이 납품한 부적합 철강재는 자동차, 항공기, 열차 등 안전이 중요한 수송수단에 사용됐다. 가령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도 고베제강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베제강은 품질데이터 조작의 중심이 된 알루미늄 및 구리 사업부문의 상무 2명과 이사 1명 등 3명을 경질했다. 이들은 품질 데이터 조작 사실을 알면서도 은폐한 의혹을 받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 닛산자동차는 안전과 직결되는 완성검사를 무자격자에게 시켜서 파문이 일었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닛산의 무자격 검사는 38년 전인 1979년부터 행해졌을 수 있고 1990년대에는 일본 내 공장에서 일반화됐다. 또 일본 내 6개 닛산 공장은 국토교통성 정기감사 때 무자격자를 완성검사에서 제외해 부정 발각을 피하는 은폐공작을 저질렀다.

이에 따라 닛산은 10월 중순부터 3주간 국내용 차 출하를 정지했고 지난달에는 사이카와 히로토 사장 등이 2018년 3월까지 보수 일부를 반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일본 토요타는 2010년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었고 이 때문에 토요타 아키오 사장을 미국 하원 정부개혁삼시위원회 청문회에 서게 만들었다. 이미 2009년 자동차에 결함이 있다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지만, 토요타는 "문제가 없다"며 리콜을 미뤘다.

그러다 미국 내 출시된 일부 차량에서 가속페달 결함이 발견되면서 2010년 1월 대규모 리콜을 진행했다. 이후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로 리콜 파문이 확산되면서 품질경영을 앞세운 토요타의 명성에 먹칠을 했다.

1200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리콜해 비용으로만 24억달러(약 2조5660억원)를 지출했으며, 소송을 건 소비자들에게는 16억달러(약 1조7100억원)를 배상하고 미국에 벌금으로 12억달러(약 1조2800억원)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1위 기업들은 회사의 제품 품질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한 신뢰로 먹고 사는데, 고객 신뢰에 대한 배신은 곧 그 기업의 추락을 의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