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가옥 찾는 와타나베 부인 '입질만…'

- 대지진 이후 국내 부동산 관심 높아져
- 송금액 3월 60만달러→6월 380만달러
- 부산 고급아파트 중심 투자 문의 급증
- 높은 가격·해일 걱정, 실제론 계약저조


동일본 대지진 사태 이후 일본인들의 한국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지진해일 등의 피해 우려가 적고 주거환경도 우수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높은 관심과 달리 실제 계약은 머뭇거리는 모양새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 인근 '센텀시티'와 '마린시티' 등 고급 아파트에 대한 일본인 투자자들의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지진사태를 겪은 일본인들이 '안전가옥'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국내에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하려 한다는 것이다.

노년을 고국에서 보내기 원하는 재일교포들과 당장 국내로 들어오지 않더라도 투자 1~2년 후 이주할 계획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들이 특히 부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이다. 김해공항을 통하면 지진 등 유사시 일본에서 3시간 안팎에 입국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국이나 동남아지역보다 선호도가 높다.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데다 물가수준이 낮고 주거환경이 뛰어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해운대구 재송동의 아름다운공인 관계자는 "대지진 이전에도 해운대 인근 고급 주상복합 등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은 꾸준했다"면서 "지진 이후로는 실제 매매계약까지 이어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전망이 좋고 주거환경이 뛰어난 '마린시티'나 '센텀시티', 달맞이고개 인근 고급 아파트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덧붙였다.

센텀시티공인 관계자는 "재일교포뿐 아니라 실제 일본인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을 자주 오가는 이들의 경우 고급 아파트가 아닌 풀옵션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찾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부산 외에도 외국인 유치를 위해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송도와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관심도 꾸준하다. 이에 따라 국내 부동산 투자를 위한 일본계 자금의 유입도 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 3월 60만달러에 불과하던 일본인들의 한국 부동산 구입 목적의 송금규모는 지난달 380만달러로 석달새 6배 이상 늘었다.

실제 송금목적을 명기하지 않은 원화송금까지 합치면 부동산투자를 위해 일본에서 유입되는 자금규모는 더욱 클 것이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추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과 별개로 일본인들이 실제로 계약하는 경우는 드물다. 부산시청에 따르면 일본 국적의 외국인이 부산에서 부동산을 취득한 건수는 올 1분기 3건, 2분기 4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1분기 6건, 2분기 4건이 각각 신고된 것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수치다. 이는 부산뿐 아니라 송도신도시를 위시한 인천도 마찬가지다. 올들어 신고된 건수는 상반기에 총 4건에 그쳤다.

이처럼 실제 계약사례가 적은 이유는 이미 시세가 상당히 오른데다 지진해일에 대한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마린시티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일본인들이 관심을 보이는 '마린시티'나 '센텀시티'의 경우 고급 아파트단지이기 때문에 매매가가 높다"며 "최근 '마린시티' 입주를 문의해온 한 재일교포의 경우 가격을 듣고 고개를 가로저었다"고 전했다.

또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마린시티'의 경우 매립지를 개발한 곳인데다 해안가에 근접해 지진해일 피해 우려를 떨치지 못한 일본인들이 실제 계약을 주저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