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코스피 범위 800포인트? 나도 전망 하겠네"

2011년도 이제 한달하고 열흘쯤 남았다. 여기저기서 망년회가 슬슬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그동안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과는 올해가 가기 전에 한번 보자고, 또 자주 봤던 사람들과는 좀 특별하게 송년회를 하자며 약속을 잡다 보니 올해도 역시나 바쁜 연말이 될 듯 하다.


지금쯤 되면 증권가도 분주한 시기다. 증권사들이 본격적으로 내년 증시 전망을 내놓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이번주에 일제히 2012년 전망을 내놨다.

그런데 증시 전문가들이 몇일 밤낮 고민 끝에 내놨을 이 증시 전망에 실망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하루 뒤 주가 움직임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불확실성이 짙어진 상태이긴 하지만 내년 증시 전망의 상하단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이다.

최근 한 증권사가 내놓은 내년 코스피지수 예상 범위는 1600~2400이다. 예상밴드 범위가 800포인트에 달하는 것이다. 다른 증권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까지 내년 전망을 내놓은 증권사들의 예상 코스피지수 상하단 범위는 500~700포인트 수준이다. 지난해 말 증권사들이 제시했던 올해 예상 지수 범위 400~500포인트보다 훨씬 커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올 하반기 이후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 이슈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아예 유럽 문제가 잘 해결될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시나리오별 지수 전망을 따로 내놓은 곳도 있다.

최근 만난 모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증권사들이 내놓는 내년 주식시장 전망에 투자자들이 실망하는 것도 이해는 하지만 8~9월 폭락장을 겪으면서 예상밴드 저점이 계속 깨지고 전망이 틀리다 보니 전망을 내놓기가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주식시장은 신만이 안다'고 한다. 그만큼 증시를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는 뜻이다. 아무리 증시 전문가들이라지만 이들도 신은 아니기 때문에 전망이 빗나갈 수는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증시 분석과 정확한 투자 정보 제공이 증권사들이 해야 할 일이고 또 그 댓가로 애널리스트들이 고액연봉을 받고 있는 만큼 일반 투자자들과는 분명 달라야 한다. 그래야 '이런 식으로 증시 전망하면 나도 하겠다'는 투자자들의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