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성과급 다 어쨌어?" 1월이 괴로운 삼성맨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 K과장(35세)은 지난해 1월만 생각하면 아직도 식은땀이 흐른다. 아내가 느닷없이 '보너스를 어디다 다 쓰고 한 푼도 안 내놓느냐'고 추궁하기 시작한 것이다.

K과장이 속해 있던 사업부는 실적이 좋지 않아 초과이익분배금(PS)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삼성이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뉴스를 본 아내는 좀처럼 남편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같은 부서 선배의 아내와 통화를 한 후에야 오해가 풀렸지만 졸지에 '무능한 남편'이 돼 버렸다.


삼성그룹 임직원들이 이달 말 PS 지급을 앞두고 희비가 갈리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2010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덕분에 PS 지급 규모가 2조원대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달에는 지난해 실적이 전년보다 좋지 못한 회사들이 많아 전체 PS 규모는 1조원 중반대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각 계열사 사업부별로 연초 수립한 이익목표를 초과달성하면 초과이익의 20% 한도에서 직원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다음 해에 PS를 지급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반기마다 생산성 목표를 달성하면 월 기본급의 최대 100%를 생산성격려금(PI)도 지급하고 있다.

계열사 가운데는 삼성전자의 PS 규모가 압도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164조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16조15000억원에 달했다. 일등 공신인 무선사업부와 반도체 사업부는 50%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생활가전사업부는 TV부문은 선방을 했지만 나머지 분야의 부진으로 20~30%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외부의 시선도 삼성 임직원들에게는 부담이다. 삼성 한 관계자는 "작년 연말 친구들과 망년회 때 보너스 얘기가 나왔고 삼성의 PS가 화제가 됐다"며 "보너스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 술값 내는 걸로 분위기가 만들어져서 어쩔 수 없이 카드를 긁었다"고 전했다.

가족 모임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그간 설 연휴가 PS 지급 후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용돈이 적지 않을까 눈치를 본 직원들이 적잖았다. 또 다른 삼성 계열사 한 직원은 "자칫하면 아내에게 오해 받고 가족들에게는 구두쇠 소리 듣기 딱 좋다"며 "속사정을 다 설명할 수도 없고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올해부터는 이런 고민을 조금을 덜 전망이다. 임직원들의 고충과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기 위해 PS 지급 기준을 일부 수정하기로 했다. PS를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직원들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PS는 직원들의 성과를 격려하기 위한 제도인데 오히려 상대적인 박탈감을 준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제도를 보완해 영업적자가 아닌 경우에는 성과급이 0원인 직원들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