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PC 1대, 100원에 팝니다… 상품권만 받아요"

"해킹툴 5000원에 팝니다. 네이트온, 카카오톡 친추(친구추가). 문상(문화상품권) 거래합니다"

한 중학생이 자신의 블로그에 쓴 광고 글이다.


또 다른 10대 블로그 운영자도 각종 '디도스툴' 수십건의 리스트를 공개했다.

"적힌 것만 하면 1만원, 3대 백신 우회툴 등까지 하면 1만5000원에 팝니다. 비밀댓글로 네이트온 아이디를 적어주세요. 좀비 모으는 법, 방어프로그램 등 가르쳐드려요. 거래방식은 문화상품권, 해피머니상품권 등만 받아요"

이 글에는 30건이 넘는 비밀댓글이 달렸다. 한 구매자는 공개댓글로 "구입완료, 잘 사용하겠습니다"고 남겼다.


아예 좀비PC를 매매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한 블로거는 "000 디도스는 좀비(PC) 1~3마리로도 컴퓨터 한 대를 망가뜨릴 수 있는 화력을 가지고 있습니다"며 "좀비 1마리당 100원에 판매합니다. 50마리 이하는 판매 안해요"라고 광고했다. 댓글에는 앞다투어 메일주소나 메신저 주소가 붙었다.

'인터넷 네이티브(Native)'라고 불리는 10대들이 호기심과 영웅 심리로 인해 해킹,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공격 등 대형 사이버범죄의 가해자가 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손쉽게 해킹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누구나 '해커'가 될 수 있지만 해킹프로그램 유통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한 실정이다.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디도스 공격 툴은 복잡한 조작이 필요하지 않다. 클릭 한 번에 수백 대의 좀비PC를 한꺼번에 선택할 수도 있고, 공격의 방식도 선택할 수 있다. IP주소를 입력하고 공격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해당사이트에 공격이 이뤄지는 형태. 마치 워드프로그램처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구입하거나 다운로드받은 10대들은 악성파일을 유용한 프로그램의 실행파일인 것처럼 속이고 공개된 게시판에 올린다. 호기심에 이런 프로그램을 실행시킨 사람들의 컴퓨터가 좀비 PC가 된다.

이렇게 모인 좀비PC의 수는 친구들에게 과시하거나 온라인에서 만난 이들과 불화가 생겼을 때 협박하는 용도로 쓰인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킹, 바이러스 유포 등 사이버테러로 검거된 2711명 중 10대 청소년 비율이 915명으로 33.7%에 달한다. 2009년 30.5%, 2010년 31.5%에 이어 지속적으로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 4월 울산지방경찰청은 인터넷 디도스 공격용 악성프로그램을 제작해 판매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위반)로 오모군(16) 등 중·고교생 17명을 불구속입건했다.

오군 등은 인터넷에 유통되고 있는 디도스 프로그램보다 강력하게 수정한 해킹툴을 10~20만원에 팔아 200여만원의 이득을 챙겼다.

최근에는 4.11총선 전날자신이 운영하는 사설게임서버에 가해진 디도스공격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로 옮겨지도록 조작한 김모군(18)이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의해 검거됐다. 김군의 게임서버 운영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디도스공격을 가한 한모군(17)도 함께 붙잡혔다.

이보다 앞서 지난 1월에는 게임 셧다운제에 불만을 품고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 디도스 공격을 가한 10대 7명이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검거됐다. 이들 중에는 초등학교 4학년인 성모군(11)을 비롯해 초등학생이 4명이 포함돼 충격을 안겼다.

이들은 경찰추적을 피하기 위해 IP변경 프로그램을 사용했으며, 여성가족부 안티카페를 만들어 디도스 공격용 악성프로그램을 유포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10대들이 이런 해킹, 디도스와 같은 사이버범죄에 무감각하게 노출되고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해킹툴을 매매하는 것은 처벌방법이 딱히 없다는 점이다. 해킹 프로그램 유통에 대해서는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데다 단속이나 추적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사이버윤리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해킹 프로그램 제작 및 유통에 대해서도 처벌규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사이버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자신이 '재미삼아' 한 일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지게 되는지 등을 정확하게 알려줘서 경각심을 일깨워 줄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디도스나 해킹공격을 시도하다 경찰에 적발되면 법적인 책임은 상당히 무겁다.

일반적인 해킹의 경우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같이 주요통신기반시설을 침해한 경우에는 책임은 더욱 커져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14세 이상인 청소년의 경우에도 사안이 중대한 경우에는 벌금이나 징역형 등에 처해진다. 재판에 가지 않는 대신 소년원 입소 등 보호처분을 받게 될 수도 있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구속까지 갈 수도 있다.

민간기업에 피해를 입혔다면 재산피해와 관련해서는 민사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이런 경우 친권자인 부모가 최고 수천만 원에 달하는 벌금과 함께 막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다.